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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마볼은 왜 익수볼에게 질 수 밖에 없었나? (공격편)

title: 작가콘Wenger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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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부임한 가마 감독의 축구가 드디어 베일이 벗겨졌습니다.

가마 감독은 기존의 대구 축구에 점유의 비율은 조금 더 높이겠다고 선언했죠.

 

하지만 현 K리그 최고의 점유 축구 선두 주자라고 볼 수 있는 익수볼의 압박을 상대로 졸전을 치르며 우려를 자아낼만한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첫 경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디팍시대 분석들에서 언급했듯, 태국 시절 경기들에서도 보였던 단점들이 K리그에서 드러날 것으로 걱정했던 부분들이 바로 첫 경기부터 나와버렸습니다.

 

전반적인 가마의 의도와 문제점

 

3-4-2-1과 같은 형태로 라인업에 나와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공격 시에는 3-4-3에 가까운 운영 (수비 시에는 3-5-2) 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TACTICALista_20222191935.png.jpg[1] 대구의 전형 모식도.

 

위의 그림을 보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양 측면 윙백을 높게 올려두고 상대 포백라인이 벌어지게 한 후, 측면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4-3 (혹은 3-4-2-1) 형태에서 가장 중요한 빌드업 과정은 측면에서 미드필더-윙백-윙(공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삼각형의 지속적인 형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주가 이런 측면 빌드업을 잘 활용하는 팀으로 익숙할 것입니다. 그럼 가마 감독은 어떤 그림을 바랬고, 왜 이렇게 포진을 지시했는지 포인트를 짚어보며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1. 윙백의 측면 공간 점유

 

현대 축구의 빌드업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양 측면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윙, 윙백, 심지어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빠지더라도 꼭 양쪽에 한명씩은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양 측면에 선수의 존재 때문에 중앙의 공간이 자동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중앙을 좁히는 수비를 하더라도, 양 측면에 선수를 언제든지 패스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수비가 끌려나갈 수 밖에 없게 되고, 만에 하나 나가지 않으면 공격하는 팀 입장에서는 측면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그냥 활용하면 됩니다.

 

서울의 경우에는 이 역할을 강성진과 나상호가 양 측면에 넓게 위치하면서 대구의 수비진의 폭을 넓혀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구는 윙 대신 윙백을 전진시켜 이 측면 공간을 점유하려고 했습니다.

 

대구 빌드업 전형.JPG

[2] (위) 대구의 빌드업 상황. 양 윙백이 높게 전진해있고, 서울이 중앙을 차단하는데 신경을 쏟느라 측면의 공간을 넓게 열어두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 바로 다음 상황. 정태욱이 좋은 전환 롱패스를 넣어주고, 홍철, 이용래, 에드가가 순간적으로 삼각형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 공간 활용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번째는 대구의 수비진에서 양 측면으로 좋은 방향 전환 패스를 넣어주는 것입니다. 이는 센터백의 좋은 롱패스 능력이 꼭 필요한데, 크게 방향을 전환해주는 롱패스가 좋은 정태욱과 홍정운의 존재로 인해 이러한 공격 방식이 가능합니다. 아래 움짤에서 볼 수 있는 부리람 시절의 가마 감독 축구에서도 센터백들과 킥이 좋은 중앙 미드필더 하나가 이런 전환을 도맡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좋은 전환 패스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대구의 오른쪽 측면 공격은 신인으로 처음 출전한 황재원이 해야 했고, 유의미한 공격 상황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3] 부리람 시절의 패턴. 킥이 좋은 중앙 미드필더가 오른쪽 넓은 공간에 위치한 윙백을 향해 한번에 넘겨준다.

 

 

 

[4] 왼쪽 측면에서 빌드업을 이어나가다 센터백을 통해 오른쪽으로 크게 전환하는 모습.

 

하지만 K리그의 압박 강도는 태국 리그 보다는 한 수 위이고, 중앙에 위치한 킥이 좋은 미드필더를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구의 2미들로 출전한 라마스나 이용래에게 공이 가기만 하면 서울의 1선과 2선 수비진들이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해서 좋은 패스가 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큰 전환 패스는 센터백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롱패스가 지속해서 반복되자 정확성이 점점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2. 측면에서의 삼각형 형성

 

아무리 킥력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롱패스를 시도한다면 상대 수비가 예측을 하고 끊어내기 쉽습니다. 성공적인 빌드업 패턴을 위해서는,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도 섞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마 감독은 측면에서의 삼각형 형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였습니다. 위 [1] 모식도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빌드업 포인트는 미드필더-윙(공미)-윙백 사이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삼각형 빌드업입니다.  

 

 

 

[5] 홍철-라마스-세징야가 삼각형을 형성하며 상대 수비를 풀어내고 슈팅까지 가져가는 장면. 전반에 유일하게 삼각형 형성을 통해 빌드업이 됐던 장면이다.

 

하지만 대구의 삼각형 형성은 몇번의 좋은 장면을 제외하고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단순히 서울의 좋은 압박만이 이유라고 하기에는 기본적으로 대구 선수들에게 포인트가 잘 인지가 되어있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삼각형은 누가 만드나.JPG

[6] 대구의 측면 빌드업 상황. 에드가가 측면으로 빠지고, 황재원이 에드가에게 패스한다. 하지만, 중앙에 삼각형을 형성하러 오는 선수가 없다.

 

윗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측면에서의 삼각형 형성에 대한 연습이 아직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윗 장면에서는 라마스가 받아주러 오거나, 황재원이 언더래핑을 가져가며 고재현과 삼각형을 형성하는 방법이 있지만, 둘 중 아무것도 되지 않고 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측면에서 수적 우세를 가져갈 수 있는 포진을 했지만, 수적 우세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도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짧은 패스로 풀어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도 소유권을 넘겨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줘야돼.JPG

[7] 대구의 후방 빌드업 상황. 측면 삼각형에서 3:1의 상황임에도 이용하지 않고 클리어링으로 빌드업을 마감해 버린다.

 

3. 3선(2미들) 활용도에 대한 의문점

 

3-4-3 혹은 3-4-2-1의 빌드업 시에는 중앙 미드필더 두명은 서로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상대가 중앙에 계속 신경이 쓰이도록 해야합니다. 중앙에 압박이 제대로 가해지지 않으면, 공을 받아주고 돌려주면서 상대 수비를 중앙으로 유도하거나 전진하며 빌드업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라마스와 이용래 사이에 간격이 너무나도 멀었고 이는 센터백들이 줄 수 있는 패스 선택지를 없애버리며 소유권을 넘겨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특히 이 날 경기에서 라마스의 위치 선정은 아쉬운 점을 많이 보였습니다. 아래 두 그림을 보겠습니다.

 

빌드업시 2미들 간격.JPG

[8] 대구의 오른쪽 빌드업 상황. 라마스는 빌드업에 관여하지 않고 앞선 숫자 싸움을 위해 가담하는 모습을 보임.

 

라마스는 이 경기에서 유독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기 보다 전진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8]에서 볼 수 있 듯, 후방에서 볼을 받아줘야하는 상황에서도 앞선으로 숫자싸움에 가담하여 정태욱이 가져갈 수 있는 옵션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 정태욱의 가장 이상적인 옵션은 홍정운이나 오승훈을 향한 백패스였지만, 트랩 공간으로 들어간 황재원에게 패스했고 결국 볼을 탈취당하게 됩니다. 후방 빌드업 상황뿐만 아니라, 빠른 역습 상황에서도 라마스의 움직임은 아쉬웠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대구가 중원에서 볼을 탈취하고 빠른 공격을 이어나가는 상황이였지만, 라마스는 폭을 제공하며 왼쪽 측면을 타고 달려줘야하는 상황임에도, 중앙으로 들어오는 동선을 택했고 결국 세징야가 선택지를 잃어버리며 역습 기회를 무산시키게 됩니다.

 

전환 상황에서 라마스 움직이.JPG

[9] (위) 대구의 전환 상황. 라마스가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아래) 바로 다음 상황 패스길이 없어진 세징야를 바로 둘러싸는 서울.

 

 

 

 

4. 대구의 빠른 전환을 위해선 과감한 윙백의 전진이 필요하다.


이는 라마스만의 잘못은 아닌 것이, 코로나 여파로 인해 폼이 올라오지 않은 홍철도 대구의 빠른 전환 상황에서 왼쪽 측면 공격을 위해 빠르게 올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였습니다. 진작 올라왔을 타이밍에도 전진하지 못하며 대구의 역습이 바로 끊기게 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세징야의 파괴력은 역습 상황에서 많은 선택지를 주었을 때 발휘하는 창의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장면이 아래 장면을 제외하고는 많이 나오지 못한 것이 대구의 역습을 답답하게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가 노려야하는 장면.JPG

[10] (위) 전환 상황을 살릴 수 있는 대구의 포진.

(아래) 바로 다음 상황.

 

 

 

 

황재원이 수비적으로 좋은 데뷔전을 보인 것은 맞지만, 대구가 필요한 윙백의 역할의 반쪽 밖에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태희와 빠른 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오승훈이 템포를 살릴 수 있는 좋은 킥과 던지기 패스를 지속해서 넣어주었음에도 대구가 템포를 살려 빠른 공격을 이어나가지 못했다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입니다.

 

5. 그럼 어떻게 하자고?

TACTICALista_20222191946.png.jpg

[11] 필자가 생각하는 대구의 이상적인 빌드업 체계.

 

뇌피셜을 조금 더 해보자면 (아님 말고), 가마식 빌드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했던 이유로 윙백을 과감하게 전진시켜야 합니다. 또한, 라마스를 전진시키지 않고 이용래와 센터백과 좁은 간격을 유지하게 해서 상대 압박을 중앙으로 밀집시키도록 유도해야하고, 세징야와 다른 공미가 조금 더 내려와서 상대 센터백을 끌어내거나 상대 수비가 나오지 않는다면 또다른 패스 옵션을 제공해야합니다. 이렇게 중앙에서 좁은 간격을 유지한다면, 혹여나 패스에서 실수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바로 압박을 할 수 있는 좁은 지역이 형성되기에 볼을 빠르게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한명의 공미(윙) 자리에 고재현 대신 종적 움직임 뿐만 아니라 횡적으로 빠져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를 투입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원래 였으면 츠바사지만, 현재 라인업에서는 안용우도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줄 요약:

1. 2미들이냐 3미들이냐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님. 볼 소유를 조금 더 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면 오히려 빌드업 체계 자체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임

2. 측면 빌드업을 위주로 하는 전술을 선수들이 습득이 잘 안되어 있다고 보임.

3.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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