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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러피안 슈퍼리그? 엿이나 쳐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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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짜증나는 월요일 아침에, 더 환장하게 만드는 뉴스가 떴다.

 

슈퍼리그. 아니 무슨 80년대 프로축구 리그 이름, 90년대 배구 대회 이름이 갑자기 왜 나무위키 검색창 최상단에 올라왔나 했다. 들어가보니 그냥 가관이다. 돈 좀 만지고 계신 유럽 탑티어 클럽들께서 자기들끼리 리그를 만드시겠다고. 총 20팀인데 15팀은 영구 회원 자격을 획득하고 5팀은 전년도 성적 기준으로 초청하겠다는 계획.

 

그냥 말이라고 나오는 꼬라지가 하나 하나 가관이다. 물론 UEFA나 FIFA의 삽질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돈벌이에 환장한걸로 치면 그 놈들도 별 다를 것은 없다만, 그래도 탑티어 클럽들이 자기네들 수익 극대화하겠다고 판을 깨버리는 개썅놈짓에 대한 변명으론 받아들이기 어렵다.

 

2019년 3월 12일.

난 우리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날 중 하나로 이 날을 기억한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날 경기를 2019시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경기로 기억한다. 2018년 FA컵 우승, 창단 후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통해 얻어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기회. 그 대회 첫 홈경기에서 우리 클럽은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3:1로 박살냈다. 우리 팀의 환상적인 경기력도 좋았지만, 뭔가 그 날 경기를 직관했든 TV나 온라인으로 봤던간에 대구FC 팬이라면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본다. 바로 자부심. 대대광광이네 세금도둑이네 하면서 성적이나 외부적인 것이나 많이 눌려왔던 우리가 광저우라는 강팀을 3:1로 박살내버렸다는 것은 정말 벅차게 다가오는 일이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우리가 벅찼던 이유가 그냥 광저우 에버그란데였기 때문일까? 

사실 광저우란 팀을 이겼다는 그 사실 자체로는 감정이 올라가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짜증나는 북패랑 개랑같은 사이도 아니니까. 그럼 뭣때문이냐. 바로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최근 10시즌 동안 두 번이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으며, 돈으로 발라버린 중국 축구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팀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광저우를 이긴 것은 바로 여기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냥 팀 하나를 꺾은 것이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중국 축구 리그와 컵을 여러번 제패했던 '대륙의 왕자(王者)'를 우리가 묵사발을 냈다는 것이니. 

 

다시 저 유럽 잡놈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참여했다는 클럽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닭집은 우습지만 그래도 손흥민이 있으니 화려하다고 해준다). 그들의 화려한 역사는 누가 만들었는가. 물론 구슬땀을 흘렸던 클럽 구성원들과 열성적으로 지지해온 팬들의 지분이 클 것이다. 근데 그것이 다 인가? 함께 리그를 만들어왔던 타 팀과 다른 축구팬들은 지분이 없는 걸까?


유에파챔피언스리그가 흥미 진진한 것은 거기 출전한 클럽들이 각 나라의 축구 클럽들을 대표할만한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유에파챔스에 출전하는 클럽들은 우승을 노리거나, 국제대회 진출권을 노리거나 혹은 강등을 피하려는 클럽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여 출전권을 따냈다. 그 자격을 바탕으로 올라온 클럽들의 다툼은 유럽 대륙의 패자(霸者) 자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간절함과 간절함이 싸우는 현장이고, 간절한 마음의 근원에는 지역리그에 존재하는 수많은 노력과의 경쟁을 극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권위가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개랑과 매북을 그렇게 싫어했음에도 2011년 아챔 준결승과 결승에서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봤던 이유가 무엇인가. 알 사드의 개썅놈짓거리 그 자체도 결정적이었지만, 혼신을 다해 노력했던 우리 클럽을 꺾고 지역을 대표해서 나간 팀들인 만큼 저 개썅놈들을 극복하고 이겨내서 K리그의 대표 클럽 다운 모습을 보여달라는 그런 염원이 모였던 것이지.

 

지역 리그에서 경쟁하던 팀들이 없었다면, 지금 소위 빅클럽들이 저 위치까지 갈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런 팀들이 없었다면 애초에 미국 자본이 뭐하러 영국에 축구팀을 소유하고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성적 좀 나온답시고 자기네들의 권위를 만들어주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한 지역 리그를 개차반으로 만드는 유러피안 슈퍼리그라니.  

 

그 영구 회원 제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화가나서 글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돈으로 개짓거리하는거야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순수성이니 뭐니 따지기 시작하면 앞서 언급했듯 UEFA나 FIFA도 개썅놈이긴 매한가지니까. 근데 이건 선을 좀 씨게 넘는거지. 이제까지 함께 쌓아올린 업적을 그냥 자기 클럽의 최상위리그 영구적 안착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써버렸다는 거니까. 누구도 그런 짓을 할 자격은 없다고 본다. 

 

레스터시티가 우승했던 것이 아름다웠던 것도, 우리 팀의 빛나는 성취가 아름다웠던 이유도 팀 규모나 재정이 어찌됐던 간에 지역 리그와 컵대회에서의 건강한 경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 슈퍼리그란 것에 전년도 성과를 토대로 5팀을 끼워준다지만, 그게 뭐 어쩌라고. 나머지 15팀은 그냥 선대의 결과물 가지고 자리를 선점했을 뿐, 그 시점에선 권위라 할 것도 없는데.

 

프리미어리그 만들때나 유에파챔스 만들때도 마찬가지 아니었냐 하지만, 적어도 영구적인 자격부여 이딴 개 짓거리는 없었지. 까고 말해 어쨌든 맨유나 리버풀도 리그에서 꼴아박으면 강등이고, 성적못내면 챔스 못가기나 하지, 이건 뭐 보드진이 개판을 치건 감독이 똥볼을 차건 매년 리그 참여자격을 그대로 둔다는거 아닌가. 그러면서 최고의 선수를 매주 보게 해준다고? 그 최고의 기준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놈들이 할 소린가 싶다.

 

그리고 어떤 멍청이들은 로컬팬보다 뭐 중계봐주는 해외팬들이 소중하네 어쩌네 하는 소리에 기뻐날뛰는 바보짓을 하고 있던데, 그게 니들을 생각해줘서 그런거겠냐? 그냥 돈으로 보는거지. 그런 놈들이었으면 재작년 유벤투스 대참사 같은 건 일어나선 안되는 거였지.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 보는 개썅놈들은 그냥 돈이 안된다 싶으면 사람으로 안보는데 뭘 좋다고 히히덕대는지. 저런게 성공하면 뭐 여기라고 안전할까. 중국 자본들 개짓거리 잘하는데 또 거기 엮여 이상한 짓거리 뜨면 바로 우리한테도 직격이고.

 

진짜 그냥 욕이 한가득 나오는 뉴스다. 야구란 스포츠에 비해 축구가 재미를 가지는 요소 중에 하나가 현재의 시스템이라고 봤는데, 하여간 몇몇 놈들의 탐욕으로 개판나는 구나. 진짜 엿이나 먹으라는 것도 정말 정말 순화해서 하는 것. 다 지옥에나 떨어져버려라. 에이 퉤.

 

뭐? 손흥민이 골넣고 그래도 안볼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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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봐 시발. 볼 거 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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