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골목식당

육개장들 많이 드시죠? 보통 육개장이라 하면 매운 기름과 풀려진 계란, 고사리, 결대로 찢어진 양지고기, 버섯들이 어우러진 음식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구의 육개장은 조금 모습이 다릅니다. 집집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일단 기본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와 파입니다. 대파도 잘게 썰어낸 것이 아니라 통으로 숭숭 잘린. 고기도 양지를 길게 쭉 찢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태 부위를 사용하고, 주먹고기 처럼 듬직하게 썰어져서 나옵니다. 명칭도 약간 다릅니다. 어디선 소고기국이라고도 하고, 육개장이라고도 하고, 따로국밥/장터국밥/소고기국밥이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어느 옵션이든 기본적으론 기본적으로 무, 파, 사태고기에 집집마다 약간의 변주가 들어갑니다.

진골목식당은 대구식 육개장에서 가장 정석적인 맛을 선보입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도심지역인 진골목에 위치한 것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아래로는 대구 약령시, 위로는 경상감영이 위치해 예로부터 대구의 중심이었지만, 고도성장시기의 변화에 파도를 살짝 비켜나가 한국에서 보기 드문 20세기 초 건물들이 아직도 줄지어 들어서있는 특이한 동네입니다. 대구란 도시가 한국전쟁의 참화는 절묘하게 비껴갔으면서, 부산처럼 갑작스런 난개발이 이뤄지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3대째에 들어 단골들로부터 맛이 조금 변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타지에서 생활하는 저에게는 아직도 부모님이 어린시절 해주시던 대구식 육개장의 전형을 맛보는 느낌이라 다른 유명한 집들을 제치고 여길 소개해드립니다.

곁들이는 메뉴로는 돼지고기 수육이 있습니다. 시그니쳐 수준으로 추천할만한 메뉴는 아니지만, 거친 맛의 대구 참소주와 함께 먹으면 타지로 여행온 느낌은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0년에 제작된 EBS 다큐 '요리비전' 대구 육개장 편을 같이 올려드립니다. 진골목식당 2대째 주인 분의 이야기와 함께 진골목의 오래된 건물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https://youtu.be/-ALK_TTsuqw

대구광역시 중구 진골목길 9-1
매일 10:00~22:00, 명절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