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시장 <닭진미강원집>

닭곰탕이나 닭수육이나 사실 그렇게 우리에게 특별한 음식은 아닙니다. 급식이나 구내식당에서 흔하게 맛보기도 하고, 닭수육(백숙)같은 경우엔 사실 치킨이나 자극적 조리법이 개발된 지금은 찾아먹을 정도의 요리는 아닙니다. 그리고 일단 제대로 닭백숙 한 번 먹으려면 꽤 큰 돈이 들어가죠.

하지만 지금 소개해드릴 곳은 싼 가격에, 기존에 먹었던 닭요리와는 결이 살짝 다른 집입니다. 남대문시장 갈치조림골목을 요리조리 비비다보면 수많은 조림집 사이에 '닭진미(구 강원집)'라는 간판을 단 식당이 나옵니다. 골목 모두가 갈치집인데 여기만 닭집. 특이한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식당에서 쓰는 닭은 일반적인 닭과는 좀 다릅니다. 영계가 아닌 노계를 씁니다. 사실 노계는 맛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잘 다루지 않습니다. 

노계로 만드는 닭요리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집니다. 첫 째는 이 노계를 삶아 내는 국물의 경우, 영계보다 훨씬 깊은 맛을 가집니다. 사실 닭육수 자체가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영계 자체가 깊은 맛을 내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인데요. 여기는 그런 영계와 다른 노계를 쓰기 때문에 닭곰탕의 진함이 몇 차원 업그레이드 됩니다. 이 집 닭곰탕이 남대문시장 한 가운데서 수십년을 버틴 이유입니다.

다음은 고기, 특히 껍질이 쫄깃합니다. 노계는 아무래도 퍽퍽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우려내야하는데,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육질은 부드러워지고 일반적으로 흐물흐물한 껍질도 아주 쫄깃하게 남아있습니다. 이 집에서 고기백반(국물과 고기가 따로 나오는 메뉴, 강추)을 시킬때 껍질을 조금 더 많이 달라고 해보세요. 소금후추간에 살짝만 찍어먹어도 아주 별미입니다. 특히 술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최고입니다. 

남대문시장인만큼 쌉니다. 저 고기백반이 다 합쳐서 9천원. 국물은 달라하면 더 줍니다. 조금 비좁아서 혼자가는 경우 합석을 해야할 때도 있지만, 그리 불쾌한 일을 당할 일은 잘 없습니다. 너무 바쁠떄가 아니면 종업원 분들도 대체로 친절합니다. 초행길에 조금 길을 헤멜 수도 있으니 시간은 조금 넉넉히 잡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덧. 저 식당 근처엔 남대문 주류도매상가가 있습니다. 위스키나 기타 양주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길 22-20

매일 0700-2100, 1/3째주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