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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증

좋은글 - 아버지의 애인

언제나맑음 title: 개근상언제나맑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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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웃기는 재주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아버지에겐 친구가 많습니다.

 

우리집은 늘 연령도 다양한

아버지 친구들로 북적이지요.

 

그런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의 손을 빌어

대소변을 받아내는 게

미안하셨던지

물도 밥도 드시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버지가 입원하시고 며칠 사이

많은 분들이 문병을 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친한 친구인

한 아저씨가 오지 않았습니다.

 

같은 고향에서 나고 자랐으며

성도 같아 작은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분이셨습니다.

 

거의 날마다 우리집에

오시던 분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도 내심 서운한 눈치셨고요.

 

며칠 뒤 드디어 그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함께 찾아 오셨습니다.

 

커다란 찬합에

도시락을 싸 오신 아저씨는

아버지에게 젓가락으로 찰밥을

떠 먹이시며

말없이 우셨습니다.

 

아버지의 입이 돌아가

밥알이 자꾸만 떨어지는데도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밥을 먹이시려 했습니다.

 

전 그 눈물겨운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병실 밖에서

아주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네 아버지 쓰러지셨다는

이야기 듣자마자

저 양반 몸져 누우셨단다.

 

지금껏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끙끙 앓았단다."

 

아마도 아저씨는

함께 늙어 가는 친구가

쓰러진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병이 나셨나 봅니다.

 

퇴원한 뒤,

아저씨는 날마다 우리집에

출근 도장을 찍는 것도 모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십니다.

 

아버지와 목욕도 다니고

함께 산책도 하시고

그 덕분에 아버지는 많이

건강해지셨습니다.

 

저희는 가끔 아저씨를 아버지의

"愛人"이라고 놀리기도 한답니다.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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