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 낙원식당 순두부백반

 

대구 바깥 사람들은 흔히 이런 얘길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백반은 대구 백반이다"

 

저도 사실 처음에 서울 몇 년 살면서 이게 진짜인줄 알았습니다. 서울의 화려한 식단 앞에 대구 음식은 좀 촌스러 보였거든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서울 생활에 어느정도 적응된 다음에 대구를 다시 바라보니, 그것도 다 서울 사람들의 편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 낙원식당 순두부 백반입니다.

 

이 순두부 백반을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2003년이었는데, 친하게 지내던 형이 소개를 해줬습니다. 나이가 어릴 적이라 밖에서 밥을 먹는다라면 피자나 햄버거 혹은 패밀리레스토랑, 장르를 바꿔도 회나 돼지갈비/막창 같은 종목이었지, 백반을 밖에서 먹어본 적은 꽤 드물었죠. 처음엔 '돈주고 밖에서 이런 걸 먹나'란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낙원식당 순두부는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씻어주는 음식이었습니다.

 

맵지만 그렇다고 그리 텁텁하지 않은 순두부는 계란 한 알을 머금어 영양과 맛을 동시에 잡아냈고, 잘게 썬 고기와 두부가 빼곡히 들어가서 그냥 떠먹어도 맛있고 짜글이처럼 비벼 먹어도 꿀맛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반찬이었는데, 저는 백반에선 반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메뉴는 순두부찌개가 훌륭하게 메인 디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백반은 화려한 메인 디시가 없기 때문에 반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보통 백반을 대충하는 집은 미역국에 밥, 그리고 김치와 성의없는 가정식 반찬 몇개를 두고 5천원씩 받기도 하죠. 

 

하지만 여긴 좀 다릅니다.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꼬막 무침, 숙주나물, 오뎅, 고추장아찌는 고정. 철따라 맛이 조금씩 변해도 꾸준하게 나오는 정갈하고 맛있는 반찬들. 순두부와 어우러져 꽉 찬 한 상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조연들입니다. 전라도 출신이 아닌 제가 꼬막에 미쳐 사는 것도, 자취 시작하고 몇 달간 숙주나물이 제 밥상에 올라왔던 것도 모두 이 낙원식당에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오랜 시간 문화동 골목을 지켜온 식당입니다. 지금은 안 좋은 평가가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구 백반은 맛없다'란 선입견을 깨주는 훌륭한 식당입니다. 가끔 어린 시절 생각이 날 때면 들르곤 하는데, 저는 옛 맛 그대로인 것 같네요.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23길 25

월~토 1100~2100(B.T 1600~1700)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