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팬 하면서 오늘이 제일 현타오는 날이라 주저리주저리

얼마나 우리한테 세레머니 하고싶었으면 본인 골도 아닌데 저렇게 열심히 세레머니하나 딱 그마음뿐이었다.

경기만 우리가 이기면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심판탓은 안하고싶다. 어느편이었다기보다 그냥 수준미달이었다.

경기운영 염병을 하던데 그것도 경기요소라면 이겨내야했다. 김영수경기 한두번해보나.

경기는 2대1로 패배했다. 경기야 이길수도 질수도 있는거고 선수들도 지고싶어서 경기를 지겠나.

근데 센터서클에 모여서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들어가버리더라.

너네한테 S석은 니네 이겼을때나 와서 환호받고 기분좋게 가는 곳이냐? 수원원정때도 그래서 서운했던 팬분들 있었다며.

와서 욕먹어라는게 아니라 뭐라고 얘기 좀 해보라고. 

옛날얘기하면 벼슬도 아닌데 삐대는거 같아서 하고싶지 않은데 13시즌 홈에서 강등 확정되고 팬들 화내고 울고 욕하던 그곳에도 있었고

2부에서 금방 올라오겠지 하며 1시즌동안 응원했는데 팀이 7등을 했을때도, 강등당하고 관중수익이 걱정됐던지 대구스타디움 거지같은 시야에서 청소년티켓 만오천원받을때도 경기장에 갔었다.

그 지옥같던 2부리그에 3년있다가 승격했을때 FA컵 우승했을때 모든걸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개리그 왜보냐 2부면 조기축구아니냐 그 소리들 참아온게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잘했을때만 너네 좋아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퇴근길에 있던 그 분들 대다수가 오늘 욕하면서도 일요일에 또 오실분들이다. 그분들한테 한마디 하는거 그렇게 힘든일이냐?

5년전에만 해도 유니폼 입고 경기장에 가는게 난 좀 부끄러웠다. 입고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했으니까.

지금은 십만원 넘는 유니폼 니들 이름 달아서 입고오는 사람들 수두룩빽빽이야.

그 사람들한테 한마디하고 가는거 어렵냐고.

오늘 메가폰 드신분이 쌍욕을 뱉은것도 아니고 '김캡 우리 강등위기다 한마디만 해달라'했는데 그냥 버스 문 닫힐때 11년 대구팬 하면서 제일 개같은 기분이었다. 속에서 쌍욕이 절로 나오더라.

아사모아 슛이 백민철한테 막혔을때보다 승격플옵에서 자파한테 골 먹혔을때보다 작년 결승 2차전에서 정재희한테 골 먹었을때보다도 개같았다.

너네는 돈도 많이 받고 올해 팀 성적이 어찌되더라도 '우승해보고싶다 아챔나가는팀 가고싶다'등 여러 이유로 나가면 그만이지.

내 왼쪽가슴에 있는 엠블럼이 오늘따라 뒤지게 초라하다.

한희훈이 확성기잡고 우리한테 얘기했을때 본인은 마음 편했었겠냐?

그럼에도 팬들을 위해서 메가폰 잡았던거다. 너무 실망스럽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