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하늘도 도와줬다는 생각이 드네

후반 킥오프 후 앞만 보고 전진하는데 롱킥 삑사리나서 실점하는 것보고 정말 강등이라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는 건가 하는 별별 생각이 들었음.

그런데 갑자기 제주 하늘에 새 태풍이 오는건지 하늘에 구멍이 뚫린건지 미친 날씨가 연출되기 시작하였고 그 날씨는 아기자기하고 기술적인 제주의 축구 시스템을 박살내며 대구에게 기회를 주었음.

이른 시간 측면의 변화를 가져간 것 역시 좋은 판단이긴 했지만 솔직히 나는 선수 변화 이상으로 기후가 급변하면서 중앙에서의 극심한 열세를 최근 비판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던 롱볼로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게 되었고 전북전 처럼 대량실점 할 것 같은 경기를 동점까지 만들어 냄.

하늘도 완전 무심한 것이 아닌게 오승훈의 페널티킥 상황은 불운 그 자체였지만 후반에 하늘의 기후 컨트롤로 기가 막힌 밸런스 조정을 해준 느낌이랄까.

물론 하늘을 통한 운빨만이 아니고 극악의 일정과 날씨 속에 엄청난 근성과 집중력을 보여준 부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 그러나 전술이나 경기력 부분에서는 잔류라는 숙명에 비해 부족함이 많아 보임은 어쩔 수 없는 듯.

현재 팀 상황을 고려해 특별한 전술 시스템 변화나 다양한 방법을 바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촘촘한 간격 유지를 위한 훈련이나 고민, 어느 정도 뒷공간을 감내해서라도 상대에게 공간 싸움을 밀리지 않는 조직적이고 동시에 이뤄지는 압박이 중요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