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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가 개사에 대한 원작자로서의 입장

AzureL'ete title: 작가콘AzureL'ete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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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가사를 바꾸는 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네요. 그저 재미진 해프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에 앞서 응원가를 만드는 사람 중 하나로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응원가가 지닌 상징과 정통성을 지키자는 이야기도, 요즘 시대에 맞게 좀 더 가볍게 대하자는 의견도 다 나름의 생각이 있고 옳은 부분이 있습니다. 또 클럽을 운영하기 위한 후원도 중요하고 그 후원사들을 반기는 것도 마땅한 일이죠.

 

하지만 저는 구단을 대표하는 상징에 대한 존중과 정통성 유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장에서의 모든 응원곡 가사는 구단을 사랑하는 팬이 직접 창작하고, 또 다른 팬들이 다 함께 부르는 축구만의 특별한 오브제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응원가가 아니라 대구라는 클럽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클럽의 상징입니다. 응원가 뿐만 아니라 구단의 팀 컬러, 엠블럼, 연고지와 같은 상징에 대한 정통성 유지는 고리타분함이 아니라 그것에 담긴 구단의 역사와 가치를 다른 팬들이 함께 지키고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일회성으로 바꾸는건데 어때! 라고도 하시지만 이러한 변경이 이토록 쉽게 느껴진다면 다음엔 다른 상징이 쉽게 바뀔 수도 있고, 또 가사에 담긴 의미가 더욱 쉽게 휘발되거나 희석될 것 같아 창작자로서 다소 우려스럽고 두려운 마음도 있습니다.

 

저 역시 오랜 기간 서포터 활동을 해오며 이러한 의견을 존중하고 있고, 가사를 만들 때에도 구단의 역사와 가치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단어, 한 단어를 공들여 선택했습니다. 사실 은유가 상당한 가사이기에 모든 단어가 뜻 깊고 소중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가사에 등장하는 '국제선'도 쉽게 바꿀 수 있는 단어는 아닙니다.

 

'국제선'은 K리그 만년 하위권과 2부 리그를 전전하던 대구가 춥디 추운 겨울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끝내 꽃 피워낸 그 겨울의 결과입니다. 국제선이 없는 그 겨울은 그저 하나의 추운 시기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게 겨울은 늘 함께 춥고 우울한 마무리에 불과했지만 2018년의 그 겨울을 지나 국제선에 오르며 우린 명예와 꿈을 얻었습니다. 창단 이후 늘 대구를 응원하면서 겪었던 낮은 성적, 승부조작, 강등과 같은 쓰라리고 어렵던 과거와 간신히 작별하고 우리를 위한 국제선에 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나 명예롭고 간절합니다.

 

저는 그 겨울이라는 응원가가 이제 단순히 제가 만든 노래 중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낯부끄러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대구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서 그 의미에 깊이 공감해주신 덕분에 대구FC의 지난한 역사를 담아낸 대표곡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부족하고 어설픈 노래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이 가사에 담긴 소중하고 아련한 추억들이 쉽게 바뀌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찌보면 빛도 못 봤을 변변치 않은 글솜씨 하나로 왜 이렇게 까부느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단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뜻 깊은 선물과도 같아 저 나름대로 더 소중하고 어여삐 여길 따름입니다.

 

모든 팬분들의 대구FC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어떤 형태건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대구라는 고향과 그 고향의 축구팀을 그리며 밤새 새벽빛 아래 가사를 만든 이들의 고민과 애정 어린 마음들을 부디 소중히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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