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합니다...

인녕하세요.

대구 스토를 가입한지 벌써 2년차가 되었습니다.

 

2년 동안 스토하면서 옆동네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비록 선생님들의 얼굴은 모르지만,

같은 팀 응원을 하면서 쌓여가는 내적친밀감과 뭔가 하나되는 유대감을 느끼며 재밌는 추억을 쌓은거 같아요.(친목 아님, 나혼자 상상임)

 

그런데 제가 지난날

어떤 회원님께 큰 실수를 한거 같아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그 분께서 스토를 하시는지 안하시는지도 모르지만 사과를 하고자 합니다.

 

때는 작년  7월 16일.

FC서울과의 원정경기가 있었던 날입니다.

저는 원정버스 출발 시간이 남아서,

팀스토어에 들려서 써드 마킹을 했습니다.

마킹이 잘 됐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도중에,

어떤 한무리의 건장한 남자분들이 들어오시더라고요.

 

그분들도 원정버스를 타시는지

 

"오늘 경기 대구가 이긴다니까~"

"요늠 대구 성적 안좋은거 모르나? 오늘 어렵다"

 

등등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고,

한 남성분께서는 제가 입은 23시즌 대구FC  원정 유니폼에 관심을 두시더니,

 

"와.. 대구 원정 레알같네, 한 벌 사가꼬 경기 보러 갈까?"

 

라고 하시더라고요.

딱 보니까 대구경기 보러가자는 친구들의 요청에 동행한듯 보였습니다.

 

"와? 대구 응원 본격적으로 할라고? 사라 ㅋㅋㅋ"

 

라는 친구들의 부추김에 그는 유니폼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고.. 이제는 마킹을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저한테

 

"저기.. 혹시 추천하는 선수 있습니까?"

 

라고 물으셨습니다.

 

얼떨결에 따라와서 유니폼 구매 결정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갑자기 들어온 역질문에 '역시 세징야? 캡틴 김진혁? 아니면 지금 마킹인 이진용??' 등등 수많은 대구의 걸출한 선수들이 떠올랐지만 제 입에서 나온 선수는 너무나도 뜻밖에.....

 

"페냐.. 임마 이거 입단식때보니까 세징야 다음으로 축신이 될 상입니다. 앞으로 떡상 예정인 차기신 페냐 추천드려요."

 

바로 전 경기 울산전에서 입단식 겨우 마친 페냐를 추천하고 있었습니다.

아뿔싸! 한경기도 뛰지 않아 검증조차 되지 않은 선수를 추천하다니.. 돌이키기엔 그분의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리는 것이 너무나도 늦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머리속에는 이미 'K리그1 Best11 페냐' 만으로 가득차보였습니다. 게다가 팀스토어 직원의 회심의 한마디는 마침내 그의 지갑을 열게 만들어줬습니다.

 

"오늘 페냐 마킹지 들어왔는데, 지금 페냐 하시면 대구팬 최초로 하시는거에요 ㅎㅎ" 

 

'내가 최초로 마킹한 선수가 리그베스트11에 든다? 이거 못참지' 라고 중얼거리며 결국 레알유니폼 같다던 2022시즌 대구FC  원정유니폼에 페냐 마킹을 하신 형님..

 

지금도 그 유니폼 잘 입고 계시죠????

사실 그 날 원정 경기때 페냐는 꽤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팀성적 꼬라박기 시작하니까, 대구팬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기 험악해져서 그 때는 너무 무서워서 사과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용기내서 사과를 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누구 추천하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세징야를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대구스토회원님들께도 정말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저 때문에 잔잔했던 스토 분위기를 망쳐놓은거 같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