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책 중에 대깨대들을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경기 보고 충격이 많으셨죠?

저도 주말 동안 기분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어제는 날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밥먹고 숨 좀 돌릴겸 동네 산책이나 하자며,

따뜻한 봄공기를 만끽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잔잔한 동네 공원에는 작은 참새들이 한데 모여 '짹짹' 지저귀는 소리와,

메마르고 앙상했던 가지에서 어느새 꽃봉우리가 올라와

달콤한 향과 함께 봄바람에 살랑이는 매화 꽃이 참으로 예뻤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걷는 발길에 느껴지는 작은 평화로움이

지난 날 어지러웠던 마음을 조금씩 달랠 수 있었습니다.

 

"흐흥! 흐으응 흐~흥!"

저도 모르게 가벼운 콧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가아가던 순간,

공원 저 한구석에서 아무 말 없이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며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는 한 무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무슨 큰일이라도 났나 싶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무슨 일이시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소심했던 저는 차마 물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궁금함을 꾹 참으며 가던길 가기로 한 순간.

작고 힘없이 들려오는 한마디에 그만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구..망....ㅎㅏ..ㅁ."

 

이렇게 따뜻한 봄 날,

향기로운 꽃이 피고 평화롭게 참새들이 지저귀는게 지금 나에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처참했던 지난 세경기의 대구가 아직도 나의 마음 속을 어지럽히는데.

잠시 망각했던 현실을 깨달은 순간, 저에게 주어졌던 작은 평화로움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더이상 그들이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바로 소문으로만 들었던 '대깨대'들이었으니까요.

 

곧장 그들에게 달려가 한 사람의 귓속에 대고 

 

"We Are..."

를 속삭이듯이 말하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DAEGU!!!!!!!!"

내가 바로 대깨대다!! 라는 것을 온세상에 알리듯이 큰소리로 답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씩씩하고 우렁찬분께서, 아까는 왜 그렇게 죽어가는 소리로 대구망했다고 하셨습니까?"

 

"하... 김천... 포항... 수엪.... 그 다음은....."

 

"그 다음이요???????"

 

"광주..... 원정.... 이정효.... 광주..F..c...."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나는 대깨대다!! 라고 소리까지 쳐놓고 광주 원정 안가실겁니까?"

 

"아... 아..아.......... 우린.. ㅊ..."

 

"그만!!! 그렇다고 광주 원정 진짜 안가십니까??? 진짜???? 후회 안해요????"

 

"저희가 그만.. 전날 대가리가 크게 깨져서 광주 원정 가는 방법을 잊었습니다. 혹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광주 원정버스는 여기로 신청하시면 되고요. https://smartstore.naver.com/newbulim/products/10077412136 "

"광주 원정표 예매는 여기서 하시면 됩니다. https://www.ticketlink.co.kr/sports/football/79#reservation "

"3월 26일 오전 11시에 예매가능하니까 잊지 마시고 꼭 하세요. 아셨죠?"

 

"예!!!!!!!"

 

저는 그렇게 광주 원정 같이 가겠다는 약속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념으로 그분들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공개된 커뮤에 허락없이 얼굴공개는 좀 그러니까,

최대한 비슷하게 그림으로 표현해봤습니다.

 

 

그럼 모두들 A매치기간 동안 잘쉬시고,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멘탈 꽉 잡으시고 광주원정 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