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현 감독의 노빠꾸 축구

 

자세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지만 홍익대때 쓰던 전술 궁금한 사람은 드가면 됨.

 

1. 공격

시작은 이렇게 선다. 대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3-4-3이다.

 

 

빌드업을 시작하면 홍철과 장성원이 높게 전진하여 3-2-5 형태를 만든다. 박창현 감독이 홍익대때부터 즐겨쓰던 3-2형태의 빌드업이다.

 

 

볼이 미들서드 지역으로 넘어오면 홍철이 중앙으로 좁히면서 들어와 3-3-4의 형태를 만든다.

 

 

박창현 감독의 전술에서 하프라인을 넘어갈때의 핵심은 홍철이다. 홍철이 볼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다음 빌드업이 이루어진다.

 

 

홍철이 볼을 잡으면 김진혁이 하프라인 위로 올라오고, 고명석과 김강산은 살짝 중앙으로 들어온다. 요시노와 벨톨라는 살짝 왼쪽으로 비켜주면서 2-4-5의 형태를 이루며 중원에서의 순간적 수적우위를 형성한다.

 

 

김진혁이 벨톨라와 나란히 라인을 형성하고 볼이 어태킹서드 지역까지 올라가면 요시노가 전방까지 올라가 2-3-5의 형태를 형성한다.

 

 

보통은 2-3-5에서 끝나지만 박창현 감독은 빠꾸가 없다. 볼이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돌면 김진혁이 페널티 박스로 들어가 2-2-6을 형성한다. 화끈하게 공격축구를 하신다는 공약을 잘 지키시는 모습이다.

 

 

2. 수비

볼이 미들서드 내지 어태킹 서드에 있을때 수비는 5-4-1 내지는 5-2-3 형태로 시작한다. 이때 압박은 안드간다.

 

 

본격적으로 압박이 들어가면 김진혁이 전진해서 벨톨라와 더블 피보테를 형성하고 요시노는 한칸 전진하여 4-2-3-1로 압박을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압박이 들어가면 4-2-2-2의 형태로 압박한다. 고재현과 안창민이 투톱을 형성하고 박용희는 한칸 내려온다. 요즘 사비 알론소나 데 체르비가 좋아하는 중원에서의 박스형성을 시도하여 건방지게 곰팡내나는 3미들을 형성한 매북의 중원에 대해 수적우위를 가져간다.

 

 

볼이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오면 4-4-2를 형성하여 압박하기도 한다.

 

 

3. 단점

나는 창현볼의 핵심은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필드플레이어 10명중 8명을 오른쪽에 짱박아 놓으면, 상대팀도 빡대가리가 아닌 이상 8명정도는 오른쪽에 놔둘것이고, 그럼 왼쪽에는 쪽수 빠진만큼 공간이 비는것이 당연하다. 그걸 활용하는 것이다.

 

근데 반대도 성립한다. 왼쪽의 텅빈 공간에서 우리가 볼을 잘 가지고 만주벌판 달려라 부릉부릉하면 다행인데 뺏기면 상대팀이 우리를 상대로 만주벌판 부릉부릉 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홍익대 시절 실점장면에서도 자주 찾아볼수 있다. 맨위에 링크걸린 글에서 홍익대 시절 사이드 뒷공간 털려서 실점하는 장면 많다고 그랬는데 부임 첫 경기만에 나왔다. 개빡친다.

 

 

두번째 실점 장면이다. 오른쪽에 오버로드를 건 모습이다. 

 

 

머리를 이미 야물딱지게 깎아버린 이동준이 볼을 탈취해서 올라간다. 우리 팀 선수들이 조빠지게 뛰어보지만 이미 늦었다. 

 

 

대구만 만나면 흥이 이빠이 차오르는 회쳐먹어도 시원찮을 빡빡이새끼가 볼을 잡고, 다음은 모두 다 알거라고 생각한다. 머리카락이 점점 사라져서 공기저항이 없어는지 해가 갈수록 빨라지는것 같다.

 

근데 사이드 뒷공간 털리는건 창현볼만의 문제가 아니라 라인 올려서 아이솔레이션하는 전술의 태생적 한계이긴 하니 (당장 맨시티도 손흥민 만나면 심심찮게 뒷공간 개털리는걸 생각해보자) 딱히 박창현 감독을 뭐라할순 없긴하다.

 

 

4. 결론

솔직히 말하면 변형 백3나 백4 사용하긴 하는데 오프더볼 쥐뿔도 없이 가만히 서있으면서 유자차 다섯 상자 채우고도 남을 만큼 U자 빌드업만 존나게 그리다가 압박 들어오면 아무나 받아라 무지성 롱볼 뻥뻥 차는 전형적인 한국식 축구해도 최소한 즙동님하곤 동률이거나 더 윗급이니 (이분은 U자 빌드업은 커녕 빌드업 자체를 안하신다) 더 내려갈곳은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첫경기를 생각보다 괜찮게 하셨다.

 

모든 감독이 언제나 그렇듯 몇경기 더 보긴 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광주전처럼 어거지로 이긴것도 아니고 골도 나름 깔끔하이 드가서 긍정적으로 볼 소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2골 먹고 후반 추가시간에 2골 넣어서 비긴 경기라 존나 달달하긴 하다. 한잔해ㅋㅋ 2골먹고 칼퇴근 마려웠는데 참고 끝까지 봤던 내가 승자다ㅅㅅㅅ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