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시즌 1R 강원전 후기 ( 부제 : 6무 13패, 우리가 개막전 승리를 보기 위해 기다린 23년 )
2025시즌 스카우팅 리포트 https://daegusto.me/free_board/6579843
*전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보다는 같이 맥주 한잔 마시면서 후토크 하듯이 작성하는 글이므로 댓글로 많은 관심과 소통 부탁드려요!음슴체 반말체 정중히 사양합니다. 부탁입니다. 생산적인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하니 비추 대신 댓글로 남겨주세요.
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노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쓰기 위해서 어려운 용어나 표현들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습니다. 딥한 전술 얘기는 댓글로 얼마든지 가능하니 많댓부!
예상 그대로의 선발 라인업
박대훈과 김진혁이 빠진 자리에 한종무와 박진영의 투입은 쉽게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권태영의 깜짝 선발 가능성을 예상했는데 명단에 들지 못한 것으로 봐선 좀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정치인의 부상으로 인해 기회가 좀더 빨리 주어질지도..?
전방 압박이 실종된 강원
k리그에서 몇 년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던 정경호 본체설에 대해서 늘 '코치랑 감독이랑 다르다. 해봐야안다' 라고 주장해왔었는데 개막전 한 경기일 뿐이지만 글쎄요. 좌우 윙어와 투톱의 숨막히는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리그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뽑아냈던 작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최소 1로빈은 지나고 평가해야겠지만 강원이 생각보다 더 못하는 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구가 워낙 준비를 잘해온 것도 있지만 전혀 대처가 되지 않았고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방향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엄청나게 높은 수비라인
백4의 풀백은 백3의 윙백보다 수비부담이 더 큼에도 황재원과 정우재는 윙백만큼, 때로는 그 이상 전진배치되면서 두줄 수비에 익숙했던 팬들에게 저렇게 높게 올라가도 되나 라는 불안감과 새로운 축구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딱히 위치에 구속받지 않고 수시로 중앙으로 들어오며 완전히 달라진 전술을 보여줬는데, 그렇게 높은 수비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역시 카이오의 넓은 커버능력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카이오가 뛰쳐나갔을 때는 정우재와 박진영, 때로는 요시노가 그 뒤를 커버하면서 창바오는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확신할까에 대한 답을 어느정도 보여줬습니다.
푸바오에서 흑곰이 되어 돌아온 박진영
태국에서 무슨 조련을 받은건지 궁금한 박진영은 엄청난 하체, 코어에서 나오는 힘을 쓰는 방법을 잘 모르는 듯 했던 작년과 달리 (그래서 위험지역 파울이 잦았던) 몸쓰는 방법을 어느정도 터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경기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다면 김진혁을 밀어내고 주전 등극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측 공격을 황재원에게 맡기면서 뒷공간을 두 센터백이 온전히 커버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짐에도 카이오와 돌아가면서 잘 메꿔주었습니다. 추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개막전 활약은 100점 만점 주고싶네요.
끝없는 스위칭으로 포메이션을 딱잘라 말하기 어렵다
중계 상으로는 4-3-3으로 표시되었으나 오른쪽 윙어인 한종무가 라마스, 요시노와 함께 중원을 구성하였고 좌측의 정치인과 두 센터백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끊임없이 스위칭하며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한종무에게 부여된 롤이 상당히 많았는데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데뷔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올시즌 키플레이어로 꼽았는데 저 역할을 박대훈이 더 잘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깊었네요.
예상과 다른 역할을 맡은 정재상의 무난했던 활약
4-2-3-1의 원톱으로써 모든 패스줄기의 종착지 역할을 맡지 않을까 했는데 무한스위칭에 가담하여 엄청난 활동량을 요구받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습니다.
때로는 3선까지 내려와서 풀어주기도 했는데 뛰어난 기본기를 바탕으로 좋은 연계도 보여줬고 비록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였으나 이것저것 다 하면서 슈팅까지 만들어낸 부분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일단 몇 경기 더 지켜봐야겠지만 창바오 전술에서 원톱의 역할이 저런 다재다능함을 요구하는 역할이라면 박대훈이 원톱에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선택지가 더 있다는게 매우 행복한 고민.
용도가 제한적인 정치인을 위한 판은 계속 깔아주는데
오른쪽에서 빌드업을 진행하며 헐거워진 좌측으로 전환패스를 여러차례 시도했는데, 앞에 공간이 열려있어야 활약이 가능한 치인이를 위한 완벽한 세팅이 이뤄졌다는 뜻이죠.
한 달만에 이정도 전술을 세팅해온 것을 대단히 칭찬함과 동시에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맛을 보여준 치인이게에 격려와 위로를 보냅니다.
개막전에 보여준 세팅으로 봤을 때 부주장 정치인은 두자릿수 공격포인트 정도는 해줘야합니다.
모든 전문가들이 간과했던 사실
그 어떤 시즌 예측에서도 라마스의 존재를 언급하는 전문가가 없는 것이 매우 의아했습니다. 킥 하나로 상대 수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라마스의 가세가 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그의 클래스를 너무 무시한 예측이 아닌가하는 생각 밖에는..
모두가 우려했던 '라마스 3선 기용의 수비 밸런스 문제'는 라마스가 철저히 후방 볼배급에만 주력하며 해결해주었고, 세징야가 이 정도로 볼터치 적게 가져가면서 우리가 주도했던 경기를 본 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볼 줄기의 시작이 되어 미친 클래스를 보여줬습니다.
라마스의 활약은 21시즌 첫 경기에서 받았던 충격 그 이상의 황홀감을 주며 저런 축구를 1년 내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네요.
그렇게 경기를 조율하면서 동점골까지 터트렷는데 아마 라마스도 올시즌 공격포인트 10개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지독한 황재원
상대 팀 입장에선 정말 짜증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위험지역에서 무리한 탈압박 시도가 황재원의 몇 안되는 단점 중에 하나인데 그 때마다 박진영의 커버링이 돋보였구요.
사실상 오른쪽 전체를 황재원 한 명에게 맡기는 축구인데 아직 뒷공간 문제에 대해서는 경기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선수 개인의 기량은 완전히 물이 오른 듯 합니다.
윙백에서 풀백으로 내려가면서 황재원 쇼 빈도도 좀 줄지 않겠나 싶었는데 오른쪽에서 프리롤을 줘버리면서 오히려 작년보다 더 날뛸 수 있는 판이 깔린듯 합니다. '홍대 마르셀로'의 위엄을 마음껏 펼쳐줬으면.
주도적인 축구에서 더 도드라질 오승훈의 아쉬운 발밑
슈퍼세이브도 한 차례 보여줬으나 맥빠지는 킥미스로 실점에 기여했습니다. 후방에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하는 지금 같은 전술에서는 골키퍼가 스위퍼 역할을 해주며 빌드업의 수적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어야하는데, 오승훈도 발밑 보다는 선방에 특화된 선수이다보니 센터백들의 패스 선택지가 하나 줄어드는 꼴이 되서 답답 혹은 위험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 포함) 팬들이 너무 못믿고 있는데 그래도 일단은 우리 팀 넘버원이니 좀 더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네요.
그야말로 적절했던 용병술
올시즌 에드가,이찬동 in 요시노, 정재상 out 은 사실상 세트로 봐야합니다. 승강 플옵 2차전처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나간 요시노의 자리는 이찬동이 활동량과 위치선정을 바탕으로 팀이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계속 싸워주었고, 교체로 들어오는 에드가의 존재감은 여전히 묵직합니다. 비록 발이 세모였지만 땅이 얼었으니 익스큐즈 해주자구요..
박재현의 투입이 10분만 빨랏으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만 교체카드 5장을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모두 사용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만족을 넘어서 조금 놀라웠습니다.
10번 떼고 17번 다니까 스텝이 가벼워진 고재현
경기 전 광장 돌아다니다가 "아싸 고재현 없다! 아 있네 아.." 라는 소리를 라이브로 들었는데 그 학생은 슈팅 날렷다고 고재 욕만 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작년 모든 경기보다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40분 활약이 더 좋았습니다.
공만 잡으면 머리 박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작년과 달리 플레이도 간결해졌고 부담감도 내려놓은건지 몸도 가벼워보였습니다. 세징야에게 올렷던 날카로운 크로스는 라마스의 동점골로 연결되기도 했구요.
박대훈, 정치인의 부상으로 인해 입대 전까지 출전기회가 꽤 주어질듯 한데 2골 정도만 넣어줬으면 하는 바램. 아, 이것도 부담되면 안되니까 고재야 그냥 하고싶은대로 해..!!
독박축구에서 벗어난 신의 터트린 또 한번의 클러치
드리블, 패스, 슛까지 팀의 모든 공격을 혼자 떠맡아야했던 세징야는 라마스가 뒤에서 자신이 하던 역할을 대부분 해주자 좀 더 높은 위치,좀 더 자유로운 상황에서 마무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팀 전체적으로 오프볼무브가 굉장히 활발해져서 낮은 위치에서부터 개인돌파를 강제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패스 선택지도 많아졌고 공간이 많아지다보니 견제도 덜 받는 행복축구가 가능해졌습니다.
라마스 복귀+타이밍까지 묘하게 22시즌 부리람전을 연상시키는 극장골로 지긋지긋했던 개막전무승 징크스를 깨준 세징야. 말해뭐해.
아직은 검증이 필요한 백4
한 경기에 아주 많은 것을 보여줬지만 아직 검증할게 많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잘한건지 강원이 못한건지도 아직은 확신이 안서구요.
끝없는 스위칭으로 인해 좌우 풀백 앞에서 측면을 같이 수비해주는 윙어들이 없다시피한 전술이라 지독하게 뒷공간 파는 팀을 상대로는 어떨지 (일단은 그냥 우르르 내려와서 머릿수는 채웠는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보이네요.
그래도 아주 걱정했던 것보다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덜 뛰면서도 그 높은 수비라인을 어느 정도 지켜내는 걸 봐선 조금 기대해봐도 좋을듯 합니다.
6무 13패 그리고 1승
대구fc는 창단 이래 1부에서 보낸 19시즌 동안 개막전 승리가 없었습니다. (*2부 3시즌동안 2승1패)
k1 20번째 시즌이 되는 올해 마침내 그 길고 길었던 징크스를 깨트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경기력에 놀랏고 승리에 기뻣지만 무엇보다 그 징크스를 깨줘서 감사한 마음이 가장 많이 들었네요.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 어떻게든 승강 플옵2차전 분위기를 이어가려 애썻던 팬들, 좋은 경기를 들고온 감코진 모두 감사합니다.
솔직히 올해도 큰 기대 안했어서 그런가 승리의 기쁨이 믿기질 않네요.
끝으로
작년 상스 5팀이 패배하고 하스 5팀이 승리하면서 역시 k리그는 뚜껑을 열어봐야한다는 걸 개막전부터 여실히 보여줍니다.
잘하든 못하든 일단 5라운드까지는 봐야 어느정도 사이즈가 나오는데 일단은 '그 징크스' 깨진걸 일주일 동안 즐기자구요.
첫 5경기동안 1승이면 강등, 2승이면 하스, 3승이면 상스라고 우스갯소리로 떠들었는데 창바오 말대로 초반에 확 치고나가야합니다. 고작 1R 한경기 보여준 것 뿐이지만 결과보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올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 경기였습니다.
저부터도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너무 없었던 것 아닌가 싶고 '승강 플옵 2차전 같은 전술 하고싶다'는 말에 '그 경기는 정신무장부터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너무 강한 의문 부호를 붙이고 있었던게 아닐까 되돌아보게 되네요. 일단은 믿고 응원해야겠습니다.
(그.. 감독님 이것도 읽으실 것 같은데, 정말 준비 잘하셧습니다. 전술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몇개 있는데 그건 혹시 쪽지로..?)
늘 긴 글 읽어주시는 분들 23,24시즌에 이어서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다 싶은거 줄이고 빠진거 더 넣고 했는데도 빠트린게 있을거 같은데 생각나면 댓글로 떠들어제낄테니 많댓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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