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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피니언] Prologue_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AzureL'ete title: 작가콘AzureL'ete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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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역을 대표하는 시인,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첫 구절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축구팀 대구FC의 최근 홈 경기 역시 이 시가 얘기했던 그 시절과 다를 바 없다. 올 시즌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응원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응원을 이끌어 가던 도미네이터(정확히 이야기 하면 소속 그룹인 228)가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더 이상 응원을 이끌고 갈 동력을 잃은 탓이다. 그 결과 서포터즈가 어느 정도 활동하는 팀(심지어 강원도 포함된다!)이 대구에서 경기를 갖기라도 하면 그 날은 원정팀의 홈이 된 듯 응원 소리가 완벽하게 묻혀버리고 그야말로 홈을 통째로 "빼앗기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그라지예는 더 이상 서포터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가 없다.

  물론 삼성이나 전북현대차 같은 팀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의 팀에도 서포터 수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 대구의 문제(?)는 응원 소리 자체가 거의 소멸되다 시피한 것이 문제다. 누군가는 그래도 팀을 위해 선수들을 위해 여기서 여전히 뛰고 있고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느낄 수 없고, 상대 팀이 왔을 때 그 분위기를 가져올 조직도 없어져 버렸다. "응원"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을 실천으로 옮겨보고자 하는 열정있는 사람은 이제 사라져 버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새로운 응원곡은 만들어지지 않고 90분 내내 목놓아 응원하는 사람들도 없다. 팀을 위해 응원하면서 선수들을 질타하는 사람도 없고, 그저 자유롭게 축구를 보는 사람들만이 남았다.

  혹자는 이런 풍경이 궁극적인 방향에 맞다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서포터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고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의견을 떠나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홈 분위기를 완전히 빼앗기는 상황은 그 누구도 싫어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서포터의 존재가 중요한 것이다. 대단한 특권이 있는 서포터가 아니라 오로지 응원과 즐기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조직으로서의 서포터 말이다.

  에너지 넘치는 스포츠인 축구는 팬들조차 그 에너지에 동화되어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표출한다. 축구장에서 발산되는 그 에너지들은 하나의 축제, 하나의 전쟁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축구의 매력은 거기서 생겨난다. 축구는 열정이 규합되서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홈 팀의 경기력과 분위기를 구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것은 축구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축구가 인기인 모든 국가에서 다양한 방법의 응원이 만들어지는 근거이기도 하다.

  응원이라는 요소가 빠진 홈 경기에 에너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직적인 단체가 내는 목소리와 다채로운 응원 퍼포먼스는 여러모로 큰 힘을 갖는다. 누가와도 자기 마음대로 경기를 펼치지 못할 만큼의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한편 축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도 하면서 축구장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팀을 마음으로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 속에 있는 그 관심과 사랑을 겉으로 발산하게 하는 힘과 수단은 바로 응원이다. 누구보다 목소리 높여 우리 팀의 이름을 외치고, 그에 관한 노래를 부르며 우리 선수들에겐 질타와 사랑을, 상대 선수에겐 압박을 행하는 행위. 이들은 축구장 내 그 어떤 구성인원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을 대변하고 가감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거친 말이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폭력적인 성향을 띄기도 하지만 그 것은 그대로 축구장에서 발현되는 감정의 최고치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응원과 그 응원을 수행하는 서포터는 축구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자, 홈 팀에겐 그 누구보다 강렬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적극적인 파트너"인 것이다.

  오늘 이 글을 시작으로 되돌아 보고자 한다. 과연 도미네이터와 그라지예의 실패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앞으로 대구FC를 위해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맞고, 승부의 순간에 눈물 흘리고, 다음 날을 신경쓰지 않고 목 놓아 응원하는 열정적인 서포터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의 토론을 통해 서포터즈가 실패를 맞이한 이유를 알아보고 앞으로 어떤 조직이 나타나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포터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의견도 좋고 서포터를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과 성원도 좋다. 그러나 단순히 서포터를 위한 고민이 아닌, 빼앗겨 버린 홈을 위한 고민과 토론, 한풀이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대구 fc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Prologue_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Chapter1_서포터즈의 정의
Chapter2_그라지예의 실패
Chapter3_새로운 출발을 위한 조건
Conclusio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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