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시즌 16R 전북전 후기 ( 부제 : 반나절 만에 구세주가 되어버린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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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보다는 같이 맥주 한잔 마시면서 후토크 하듯이 작성하는 글이므로 댓글로 많은 관심과 소통 부탁드려요!
음슴체,반말체 정중히 사양합니다.부탁입니다. 생산적인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하니 비추 대신 댓글로 남겨주세요.
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노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쓰기 위해서 어려운 용어나 표현들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습니다.딥한 전술 얘기는 댓글로 얼마든지 가능하니 많댓부!
시작하기 앞서
너무 힘드네요. 왜 우리는 이런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가. 이번 경기는 사실상 전북의 프리시즌 연습 경기 수준이었고 내용 측면에서는 21 제주전 0:5, 22시즌 전북전 0:5보다 더 처참한 경기였습니다.
굳이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모두에게 상처만 주었으며, 이 경기를 기점으로 홈 관중 숫자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참사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분석하는 것은 쓰는 저나 보시는 분들이나 할 짓이 아닌듯 하여 최소화하고 앞으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림을 깜짝 미드필더로 기용한 433
라마스, 정치인, 에드가를 벤치 스타트 시키며 체력 안배 혹은 상황을 보고 투입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둔 선발라인업을 구성하였습니다. 나름 경기력이 괜찮았던 대전전 442와 동일하게 나오지 않고 이림을 요시노-이찬동과 함께 중원에 배치했는데 좀 의아했습니다.
팀 전체가 고등학교 축구부 수준의 경기력을 보인 와중에 이림은 '그나마' 볼을 소유하고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냉정하게 전 포지션 통틀어 국내 선수 중에 최근 이림의 경기력이 가장 낫다고 보입니다. 패스 안나가는건 팀 전체의 문제였기 때문에 일단 넘어가구요.
(사실 이림이 잘했다기보다 나머지 선수들의 경기력이..)
사실상 베스트로 나온 전북
페트레스쿠가 동계 때 체력훈련 하지 않은 것이 시즌 내내 문제되었던 작년과 달리, 포옛은 부임과 동시에 체력 훈련'만' 했다고 알려져있는데 그 결과가 여지없이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쉽고 빠르고 단순한 측면 공격으로 좌우 풀백을 윙어 급으로 전진배치 시키는데 김태환과 김태현은 후반 추가시간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습니다.
우리도 동계 때 체력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후반 들어 선수들이 급격하게 퍼지는 이유가 설명되거니와, 후반기 반등을 노리기에도 버거워지는 암울한 소식입니다.
보법이 다른 강상윤과 한 차원 위에 있는 전진우
강상윤은 전북에서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04년생 선수인데 군 면제 여부에 따라 유럽 진출이 유력해 보입니다. 최근 2년 동안 전북은 할만한 상대였는데 올 시즌 두 차례 맞붙은 전북은 왕조 시절의 그 강력함이 느껴졌습니다.
전진우는 툭치면 픽하고 쓰러지는 휴지컬과 엄살 때문에 정말 싫어하는 선수였는데 지금 모습은 국대 선발이 아니라 주전으로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옛을 만나 다시 태어난 수준.
0506 엘클라시코 호나우지뉴의 그 골처럼 혼자서 수비 전체를 붕괴시키고 농락 수준의 상체페인팅 이후 득점하는 장면은 22시즌 전북전 한교원의 5번째 골에 이어 (자포자기하고) 상대 득점에 박수 쳐 본 두번째 장면이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는 언제 끝나는지 시계만 바라봤던 것 같네요.
공 받는 걸 두려워하는 선수들
선수들이 볼 받는걸 두려워하고 '나한테 공 주지마' 라며 공을 피해다니는 듯한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보였습니다. 몇 안되는 공격 장면에서조차 결국 백패스 밖에 못하는 건 선수들이 겁을 먹고 얼어 붙었기 때문입니다.
자책골도 비슷한 이유에서 나온 장면이었고 안그래도 선발 체급과 기세에서 지고 들어갔던 분위기는 더 일방적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슛은 커녕 20m 횡패스도 망설이는 것도 다 같은 맥락.
프로 간의 대결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가 계속되자 전반에 라마스와 정치인을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는데 눈에 띄는 수준의 개선은 되지 못했습니다. b팀 선수들이 많다 뿐이지 절반은 베스트 멤버였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서동원의 오답노트
대행 마지막 경기라 말을 아끼겠습니다만 서대행부터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는게 보였습니다. 그나마 제 몫을 해주던 이림을 뺀 것과 요시노 대신 권태영을 투입한 이후부터는 그냥 될대로 되라며 본인부터가 포기한게 아닌가 싶네요.
프로 1부 레벨에서 나와서는 안될 수준의 경기였고 더 내려갈 곳도 없다고 했는데 지하로 내려갈 줄은.. 하지말아야 할 모습들만 보여주면서 김병수 감독에게 이래도 진짜 팀 맡을거야? 라고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반나절 만에 구세주가 되버린 남자
개인적으로 김병수 감독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두시간 정도 걸렸는데 경기장에 찾아오신 걸 보고선 '낮에 계약 안했으면 도망갔겠는데? 아님 이미 계약한거 파기할려는거 아닌가?' 로 태세 전환 하기까지는 반나절 정도 걸렷네요.
어떤 지도자라도 강등이 유력한 팀에 중도 부임 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뜻입니다. 감독님의 선택과 용기에 감사드리고 보셧다시피 '패스는 발 안쪽 인사이드로 하는거야' 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패배 의식에 찌들어있는 선수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어' 라는 마인드도 심어줘야하구요. 저는 올해 김병수 감독이 팀을 생존 시켜준다면 반년 만에 동상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의 난이도. 그렇지만 해주세요.. 제발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1400만 분의 1의 수
감독 선임(은 이뤄졌고), 부상자들의 건강한 복귀, 확실한 여름 보강 3가지가 반드시 성공해야하고, 지금 선수들은 '어차피 붙어도 질거야, 또 골먹겟지' 수준의 심리상태로 보이는데 휴식기 동안 예정된 미니 전지훈련에서는 선수단의 심리치료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락 받고 4일 만에 계약하기로 했다는걸로 봐선 팀 파악이 아직 전혀 안되어있을 것 같은데 이적시장 직전에 감독이 선임된 것은 그래도 정말 다행입니다. 어제 경기 내내 통화하시던데 계약무효할려고 법률자문 구하는게 아니라 보강할 선수나 코치한테 연락 돌리는것이었길 바랍니다.
전역자 제외하고 외인1, 국내선수1 정도가 여름 이적시장 최대치였던 지난 날처럼 시간을 보냇다간 파이널 돌입 전에 조기강등을 확정 지을 듯 하니 대출을 받든 사채를 쓰든 프런트는 사상 유래없는 보강을 해내야만 합니다.
병수볼에 대한 기대치
영남대 시절 제자들까지 데려와서 본인 색을 완전히 입혔던 강원 시절과 달리 수삼에서는 그럴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모두 부족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협하는 모습을 보엿고, 결과적으로 성적을 반등시키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선수들이 '축구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다'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축구를 구사하지만 대구에서도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어진 상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타협하고 방향성 등을 제공하며 살아남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백3 백4 같은 포메이션은 큰 의미가 없고 우리가 1,2라운드에서 보여줬던 주도적인 축구에 서대행이 잠깐씩 보여줬던 좋은 모습들을 좀 더 다듬고 완성도를 올리는 정도를 현실적인 기대치로 보고 있습니다.
파이널 써드에서 마무리에 대한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은데 일단 세징야가 최대한 깊은 위치에서 볼을 받을 수 있도록 밑에서 세팅만 해준다면 나머지는 세징야가 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기대 해볼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하나씩 해보자
최종적인 목표는 당연히 생존이지만 현실적인 목표부터 설정하는게 덜 고통스럽겠다는 결론을 내렷습니다. 16경기에서 무실점 경기는 단 1회. 무실점만 해도 만족하고 승리까지 하면 더 좋고.
그렇게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팀을 바라보는게 우리가 가져야 할 '현실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 1승으로는 순위를 바꿀 수 없는 위치가 되었지만 '이겨도 꼴찌네' 가 아니라 '이제 한 경기만 따라잡으면 뒤집는다' 는 식으로요.
이번 경기에서 완전히 학을 떼고 탈덕 하실 분들 꽤 있을것이라 보는데 남아있는 팬들과 아직 22경기를 더 치뤄야하는 선수들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6월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한번 더 힘을 내볼지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올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누가 봐도 형식적이었으나 성명서에 대한 답변에서 밝힌 감독 선임 기준대로 체질 개선이 되길 바래봅니다.
요즘 자꾸만 강등 이후의 모습이 상상되는데 그런 생각은 시즌 끝나고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술 이야기를 기다리셧던 분들께는 양해 부탁드리고 시즌권자 친구들이 경기 끝나기 전에 나가는걸 보면서 나도 이걸 계속 봐야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손절하기에 이 팀은 제 인생 너무 깊숙히 들어와있습니다. 이 팀을 사랑해온 지난 시간들이 아른거려 차마 등을 못돌리겠습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이실거라 생각하구요. 헛웃음 나오는 경기보고 리뷰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많댓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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