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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순민 200경기에 대한 소회.

AzureL'ete title: 작가콘AzureL'ete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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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얼마 전 황순민 선수의 200경기가 있었죠. 경기 내용은 크게 흥미롭지 않았지만 대구에서 오랜기간 뛴 선수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에서 클럽의 히스토리가 깊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 경기가 있기 며칠 전부터 구름에서는 긴 배너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구름 소속 운영진분들의 다양한 작문이 이어졌습니다. 다른 좋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제 문장에 많은 공감을 해주셨고, 거기에 화룡점정이 될만한 단어-대구의 영원한 판타지스타 황순민-가 다른 분에 의해 더해지면서 배너 문구가 완성되었습니다. 사실 명문이라고 하기엔 짧은 순간 뚝딱 적힌 문장이어서 낯부끄럽습니다만 많은 분들께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뿌듯한 마음입니다.

 

사실 구름 운영진 간 있었던 걸개 퍼포먼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잠시 이야기 하자면 처음에는 걸개를 둘둘 말은 채 입장한 뒤 경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길게 펼치는 모습을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있기 전 대구시가 거리두기 2단계로 접어들면서 아쉽게도 불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력 높은 구름 운영진 및 회원분들의 도움으로 배너 출력과 개시까지 진행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하튼 걸개 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문구를 고려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클럽의 역사와 함께한 황순민을 바라보는 팬들의 감정이었습니다. 황순민이 본격적으로 주전 라인업에 들기 시작한 2013년은 대구에게 있어 크나큰 시련의 한 해였습니다. 팀 역사 상 유래없던 강등을 맞이했고, 침체된 분위기 속에 구단 프론트 역시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물갈이 되기도 했죠. 그리고 다가온 2014년은 2013년 겨울의 냉기가 끝끝내 해동되지 못한 채 그대로 얼어붙은 해였습니다. 그 깰 수 없는 얼음 구덩이 속에서 우리가 기댈만한 것은 바로 황순민이라는 새로운 열망의 표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무디게 흐르는 2부에서의 침체와 달리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클럽의 자존심을 세워준 황순민의 존재는 큰 위로가 되었고, 좌절을 견디는 하나의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는 황순민을 일컬어 사람들은 대구의 판타지스타라고 불렀고 등번호 10번의 순타지스타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조나탄, 세징야라는 걸출한 영웅이 탄생하기 이전 대구를 이끌던 돌격대장으로서 황순민의 존재감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시점을 넘지 못하는 허멍한 좌절과 두터운 패배의식으로 대변되는 과거를 함께 견디고 군 복무를 마친 황순민의 2018 시즌은 대구의 황금기가 열리는 첫 해였습니다. FA컵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진출, 상위 스플릿 자력 확정과 같은 굵직한 역사들을 우리는 그와 함께 지내오고 있는 셈입니다. 좌절의 시대에서 영광의 시대에 이르기 까지 함께 역사를 써내려 가는 이 특별한 감정 공유는 오랜 시간 팀을 지켜온 황순민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클럽 역사에 있어 매우 위대한 에이스로 손꼽힐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구라는 구단을 오랜 시간 바라보며 피치를 누벼온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나의 클럽만을 지지하는 팬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하여 뜻 깊게 작업했던 '그 겨울'을 헌사하며 황순민의 오랜 헌신을 기념하고자 했습니다. '먼 겨울'이라는 강등의 좌절과 '그 겨울'이라는 영광의 서막을 '함께' 맞이한 황순민의 200경기를 나름 의미 있게 기념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어두운 시기에 한 줄기 빛이 되던 10번의 판타지스타에서 영광의 시대에 다시 만나 20번의 언성히어로로 만난 황순민 선수의 200경기에 뜻 깊은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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