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대구스토 응원대축제 주최자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응원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하시더군요.

왜 따로국밥으로 응원해서 정신 사납게 하냐는 말도 있었구요.ㅎㅎ

뭐 어떤 의견이든 좋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응원을 따로 하게된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그냥 응원을 하고 싶어서 했을 뿐입니다.

 

도미네이터로 활동하던 시절 가변석에서 많이 응원을 해왔지만 그라지예 집행부 및 주요 구성원들과는 응원의 방향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는 당연한 수순에 따라 저도 한동안 응원을 관뒀었습니다. 물론 저와 방향이 비슷했던 도미네이터 그룹도 함께 관뒀지만요.

 

응원을 관둔 이후 온갖 여유를 부리면서 축구를 봤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보니 더 이상 목이 쉬지 않아도 되고, 굳이 땀 흘려가며 축구에 열받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다만 홈 서포터의 목소리가 없이 원정 서포터들의 목소리로 홈 구장이 채워지는게 신경 쓰이긴 하더군요.

그러던 중 인천을 갔다오면서 느꼈습니다.

이기건 지건 한결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응원하는 홈 서포터들이 있기는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요.

다만 지금 당장 그런 사람이 없다면 내가 그 시작을 끊어줘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홈 서포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기장을 더 이상 참기 어려워 개인적으로 사비를 들여가며 응원을 준비했습니다.

더 이상 도미네이터로써, 서포터 클럽으로써가 아니라 누구나 응원하러 모였다가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응원을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번 응원 모임은 크게 만족스럽지는 못했습니다.

자신만만한 태도와는 다르게 응원이 더 재밌지도 않았고,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힘들기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여전히 한계는 있었고, 더 개선하고 발전해나가야 할 구석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응원곡도 새롭게 마련할 예정이고, 사람들을 모을 방법도 더 강구할 생각입니다.

으래 해왔듯이 걸개와 티셔츠도 마련하고 말이죠.ㅎㅎ

 

일부 사람들이 응원 소리가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시는거 같더군요.

뭐 가변석 사람들과 합치라는 둥 그런 얘기도 나오는 걸 봤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합칠 생각이 있었으면 다른 곳에서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희의 응원 방식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고, 저희도 그 곳에서 응원을 이끌어 가면서 많은 회의감을 느꼈기에 더 이상 가변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 것이 오히려 연대 내의 갈등을 종결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경기장에서 굳이 한 목소리로 응원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적은 서포터라면 모든 서포터들을 아우르는 대형 모임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통일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 맞는 사람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면서 응원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응원하고 싶습니다.

제 뜻에 매력을 느끼는 분이시라면 저와 함께 하시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가변석에서 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아 다 아닌거 같다 싶으시면 W석에서 독자적으로 하셔도 되고 S석(?)에서 과감하게 하셔도 됩니다.ㅋㅋ

모든게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입니다.

 

저는 E석 또는 N석에서 하는 응원 모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처럼 가변석에서 하는 응원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힘든 섬 같은 곳이고, 이미 진입하기 힘든 장벽이 머무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응원을 잘 못해도 좋고, 잘하면 더 좋습니다.

이왕이면 잘해서 유럽의 유수의 서포터들처럼 통일된 동작으로 박수치고 노래하고 뛰길 바래봅니다.

얼마나 멋있을까요?

응원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축구장을 찾으니 기분이 좋고 설렜습니다.

남자건 여자건 아무 상관 없고, 누구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해주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순수하게 감정에 충실한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만의 길을 가겠습니다.

응원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함께 해주세요. ^^

 

8월 5일 경기에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다음 모임에서는 부르기 쉽고 신나는 응원곡을 만들어 더 재밌는 응원이 될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저 말고 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