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맛따라공따라

대구 수성못 <아리조나막창>

title: 요시(노)콘C11 146

5

6

수성못 근처에 사는 사람들 치고 이 집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근 20년 동안 수성못 인근에 자리잡아 사랑받은 곳입니다. 저와의 인연도 깊은 곳인데요. 서울 상견례를 코리아나 호텔 일식당에서 했는데 대구 상견례는 아리조나 막창에서 했습니다. 와이프나 저나 이 집 막창엔 사족을 못쓰다 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저는 일단 생막창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굽기도 쉽지 않고,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맛도 삶은 막창에 비해 맛도 떨어지는 듯한 느낌. '삶은 막창 다 비슷한 것 아니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리조나는 뭔가 다른 맛이 있습니다.

 

아주 다른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다른 느낌들. 막창, 막창, 재래기, 된장찌개. 어느 것 모두 독보적인 best라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다른 집에 갔을 때 느끼지 못하는 희귀한 맛이 있습니다.

 

바로 그리움과 정겨움.

 

타지에서 오래 살다보니 막창 먹을 일이 드뭅니다. 일단 파는 집 자체가 적고, 판다고 해도 대구에서의 그 맛은 더욱 찾기 힘들죠. 여러분은 견딜 수 있으시겠습니까? 10원이 아니라 1원 동전보다 작은 막창, 막장이 없는 막창. 서울사람들이 대구 출신 챙겨준다고 막창집 데려가는데 막창 코스프레 수준도 안되는 것을 보며 절망했었죠. 양념막창이란것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왜..

 

여튼 그렇게 고통받다가 대구내려오면 집에 가기전 항상 먼저 찾는 곳이 아리조나입니다. 상이 차려지면 막창을 불에 올리고, 거친 참소주로 목을 씻어준 다음, 자기만의 비율로 파와 청량고추를 섞으며 맛을 봅니다. 대충 술 한잔돌고 세팅이 끝나면 지글지글 익기 시작하죠. 다 익을 즈음 다시 술잔을 기울이고, 안주로 잘 구워진 막창을 장에 찍어먹으면...

 

돌아왔다는 걸 느낍니다. 소주 두 잔으로 취기가 슬슬 올라가면 서울에서 사느라 기름진 말투도 슬슬 둔탁하고 거친 본래 대구말씨로 조금씩 변하죠. 

 

제가 아리조나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 모든 기분을 자연스럽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음식들이 언제든지 맛깔나게 준비되어있다는 점일 겁니다. 막창이란 것이 조금만 손질 잘못하고, 장이나 재래기가 좀만 이상해도 입맛을 버립니다. 흔하다곤 하지만 그만큼 또 잘하기는 어렵죠. 그것도 계속하는 건 더.  

 

오래된 맛집이라도 맛은 자주 변합니다. 변치 않는 맛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대구를 떠나던 그 시절과 이제 취업하고 결혼도 하고 아버지 환갑 챙기러 내려왔을때 먹은 그 맛이 같다면, 그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맛집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KakaoTalk_20200724_191406942.jpg

 

 

유일한 불만은 소주맛이 옛날같이 않고 밍밍하단건데 이건 뭐 금복주 잘못이니 여기다가 쓸 이유는 없겠네요. 

 

대구 수성구 용학로25길 45

매일 1600~2600

신고
6
5명이 추천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목록
추천 수 (높은순)
분류 제목 글쓴이 추천 조회 날짜
공지 새로 생긴 응원가들을 따라 해보자. ⚽🌞🥳 22 title: 2024 금메달우리집고양이갈치 +59 18521 24.07.06.13:05
공지 후원 안내 공지 title: 토사장전용대구스토 +134 12681 24.05.27.09:04
공지 대구FC 서포터즈 응원가 목록 6 title: 바선생님맨날깨지는대가리 +106 38115 24.05.27.19:39
공지 DAEGUSTO 통합공지 (22.04.22. 수정) title: 음머어어어DAEGUSTO +50 39716 24.05.27.09:14
공지 대구스토의 제휴 사이트 안내와 모집 공지 (24.05.27. 수정) 9 title: 음머어어어DAEGUSTO +49 43551 24.05.27.19:37
인기글 진짜 올시즌 역대급이긴한듯 3 Dr리카쟝 +34 698 24.08.25.01:16
인기글 인천 스플릿 나뉘기전 앞으로 남은 5경기 최악이네 ㅋㅋㅋㅋㅋ 14 title: 바선생님딸깍의지배자세징야 +50 665 24.08.25.06:54
자유
normal
title: 지낵이가최고야애프터눈캐슬 +5 74 21.07.22.16:04
자유
image
대구여영원하라 +5 115 21.07.22.12:30
허언증
normal
title: 세징야 신징야종신 +5 63 21.07.22.08:24
자유
normal
title: 장성원 (22)세징야어디가 +5 154 21.07.21.22:43
자유
normal
title: 제반드로 - DMI정치인(a.k.a아시아.. +5 113 21.07.21.21:31
자유
normal
title: 조진우 (21)단발좌유나(a.k.a위.. +5 132 21.07.21.20:34
자유
normal
title: 개근상언제나맑음 +5 120 21.07.21.20:32
자유
normal
title: 장성원 (22)세징야어디가 +5 138 21.07.21.20:31
자유
normal
title: 츠바사니시츠바사 +5 70 21.07.21.19:37
자유
normal
title: 에드가호숙신 +5 148 21.07.21.19:35
자유
normal
리카는댕댕이 +5 55 21.07.21.19:06
자유
image
title: 이진용 - 투입대기이진용 +5 75 21.07.21.16:20
자유
normal
title: 고재현 (22)정이수 +5 117 21.07.21.16:15
자유
normal
title: 장성원 (22)세징야어디가 +5 91 21.07.21.15:37
자유
image
title: 세징야 - GIFcsa +5 204 21.07.21.15:20
자유
image
title: 장성원 (22)세징야어디가 +5 297 21.07.21.14:28
자유
normal
title: 세징야 신DGB열광센터 +5 120 21.07.21.14:19
자유
normal
title: 이진용 - 투입대기이진용 +5 64 21.07.21.00:47
자유
normal
title: 이병근 - 세레모니로이드 +5 137 21.07.20.22:02
자유
normal
title: 에드가 - DMI김지수 +5 102 21.07.20.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