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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서포터와 지지자의 이야기, 동질감과 배타성을 중심으로

title: K리그 베스트팀 (2021 ~)아침점심오후성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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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대로 입지도 못할 10만원짜리 유니폼을 덥썩덥썩 사모으는 이유.

선수가 본인 SNS에 구단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올릴 때 더 기뻐하는 이유.

직관 가서 경기 보다가 똘똘 뭉쳐서 깃발도 돌리고 가끔 경기 뜨거워지면 욕도 하는 서포터가 괜히 개포터로 보이는 이유.

그 개포터들이 지 일도 아닌데 축구에 과몰입해서는 남의 팀 선수나 심판한테 욕을 뱉는 이유.

 

 

나는 "동질감" 과 "배타성" 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라고 생각함.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자신과 외양이 비슷한 대상에 호감을 갖게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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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개과 동물은 서로 다른 종들 간에도 자신과 털 색깔이 같거나 덩치가 비슷한 쪽을 선호한다는 이야기.

물론 코 길이가 긴지 짧은지 등 인간이 통상적으로 인식하는 기준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maxresdefault (2).jpg

 

현생인류의 경우에도 냉병기를 사용하던 고대~중세부터 화약병기가 등장한 근대, 현대까지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복장을 착용하는 것으로 피아를 구분하고 동질감을 형성함.

게릴라의 첫째 원칙은 현지 민간인은 정규군과 반군 모두 호의적이지 않다면 본인과 닮은 인종의 편을 들게 된다는 사실임.

현지 적응도가 유달리 떨어졌던 미군이 이 사실을 베트남에서, 아프간에서, 이라크에서 피의 대가를 지불하며 배웠던 사실이었음.

 

 

ingroup-outgroup.jpg

 

"동질감"을 기반으로 "집단"이라는 인식을 쌓은 인간은 

그러한 동질감이 형성되지 않은 대상을 상대로 "배타성"을 띄게 됨.

 

같은 집단에 속한 대상에게는 최소한의 도덕, 즉 법을 어기는 장면을 목격하더라도 감싸주려 하는 반면

자신과 다른 집단, 심지어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자" 들에 대해서는 더욱 더 엄격한 잣대로 바라보게 됨.

 

만약 집단에서 이탈한 대상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른 집단보다도 더 배타적으로 대하고 심지어는 혐오하게 됨.

아이돌이나 스포츠 팬들끼리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까가 된 빠" 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음.

결코 선수나 아이돌 가수는 아니지만, 집단을 이탈한 그 한 사람을 대상으로

호감을 가지고 집단의식을 가지던 "빠"에서 배타성을 드러내며 혐오를 숨기지 않는 "까"가 되어버리는 것.

 

maxresdefault (3).jpg

 

프로레슬링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뱉으며 관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마이크워크

약속된 기술과 전개에 따라 기술을 시전하고 접수하는 경기 등을 수행하며 

선수들이 사전에 정해진 각본을 전개함.

 

이 과정에서 선역 레슬러가 상대와 관중들의 뒤통수를 치고 악역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턴힐" (Turn Heel) 이라고 하는데, 프로레슬링 각본에서도 굉장히 자극적이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필요로 함.

 

관중들에게 호감 캐릭터도 인식되던 선역 레슬러가 음흉한 속내와 야망을 드러내며 동료를 배신하고 관중을 모욕하는 상황은

그렇찮아도 그동안 관중들에게 쌓아왔던 동질감을 한 방에 날려버리게 되고, 배신당한 기분을 들게 하는데

대본의 퀄리티가 좋지 않거나 연출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게 되면

턴힐을 시전하는 레슬러의 인기와 상품성을 떨어트리고, 나아가 프로레슬링이라는 업계 전체의 이미지 타격까지 연결될 수 있으므로 

탑급 선역 레슬러의 턴힐이라는 각본은 전세계에서 좋은 선수와 각본가들을 독식한 WWE 에서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대본임.

 

 

 

 

2000년대 중반, 에디 게레로의 사망과 브록 레스너의 탈단으로 단체를 이끌어나갈 아이콘을 잃어버린 WWE가 

관중들로부터 경기력과 상품성을 주목받던 존 시나를 무적 선역 기믹의 챔피언으로 만들어버림. 

각본을 넘어 진짜로 "Never Give UP" 이라는 아이콘이 되어버린 존 시나를 악역으로 턴힐하는 각본을

수 차례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여주지는 못했음.

 

티셔츠나 모자 등의 굿즈 판매량에서 보여주는 상품성,

아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어버린 선역 캐릭터가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경우

요동칠 선수와 단체의 팬덤, 나아가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 결과물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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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심리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서포터, 그리고 그들을 탐탁치 않게 보는 일부 지지자들의 심리도 

동질감과 배타성의 원리에서 찾아볼 수 있을 거 같음. 

 

자신의 출신 연고지에 있는 팀이든, 혹은 경기력과 전술로 자신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 팀이든

"내 팀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경기력과 리그 수준에 상관 없이 응원하게 된다고 생각함.

 

군필자들이 현역 시절 중대대항전 축구 경기하면 진짜로 군대스리가가 수준이 높아서 응원하지는 않았듯이,

"내가 지금 경기를 뛰고 있는 이 부대의 소속이다" 라는 인식 하나가 

지금 내 눈 앞에서 활동복 입고 흙먼지 뒤집어써가며 뛰고 있는 팀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 같음. 


AKR20201105144800007_01_i_P2 (2).jpg

 

 

K리그, 멸칭 개축도 똑같음.

다른 커뮤니티에서 종종 내가 K리그를 "부엌 찬장에 쌓아둔 인스턴트 라면"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는데,

미슐랭 3스타 음식처럼 고급진 해외축구는 아니지만 출출할 때 아무 시간대에나 끓여먹을 수 있는 라면처럼

연고지 의식이 있고 직관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여하는 동질감과 배타성은 생각보다 강력한 동기가 됨.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나와 읽고 있는 너가 이 지옥같은 팀을 쉽사리 끊지 못하는 거고 

내가 지지하는 팀이 아니다? 나와 응원하는 팀이 다른 축구 팬이다? 

바로 배타성이 효과를 발휘하는 거지.

screenshot-www.google.com-2022.01.07-21_52_56.png.jpg

 

"팀에 대한 사랑이 더 깊은 사람들" 이라고 하면 또 라이트 팬과 서포터들을 구분하는 어조인 것 같아서 좀 그렇고 

서포터들을 그냥 "남들보다 팀에 대한 동질감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정의하자. 

 

좀 더 원색적으로 말하자면 "팀에 과몰입이 심한 사람들" 이고 "축구에 목숨 걸어서 현생까지 포기하는 사람들" 이

그저 경기를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응원에 목숨을 걸고 

그 응원이 경기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고 결과를 바꾼다고 믿는 사람들이 응원을 목숨을 걸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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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을 처음 온 사람들, 축구장을 오래 찾았지만 서포터들의 그런 열정적인 응원문화에는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서포터 문화가 생소하거나, 잘 알지만 반감을 가지게 된 경우임. 여기서 또 배타성이 힘을 발휘한 거지.

과도한 응원문화가 신규 팬들의 유입을 막고,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점들이 더 많다고 생각함

 

단순히 "깃발 좀 내려주세요 안 보여요" 에서부터 각종 국내축구 커뮤니티에서 "쟤들 왜 저러냐?" 하는 글들, 

거기서 더 나아가 10 ~ 20년 전에 있었던 악질 서포터들의 패악질을 전설처럼 전해듣고는

아직도 축구장에서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줄 알거나 편견을 가진 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편견을 전파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상황까지

같은 팀을 응원하고 같은 엠블럼 아래 모인 팬들끼리 반목하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

 

screenshot-www.google.com-2022.01.07-22_08_33.png.jpg

 

대구 팬이자 서포터에 가입한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서포터 - 지지자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천 UTD의 서포터 "파랑검정"의 스탠스가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함.

 

물론 K리그 23개 팀 (김포FC를 포함하여) 중에서도 비교적 배타성을 강하게 띠는, 즉 우리가 싫어하는 팀이긴 한데 

"전 관중의 서포터화" 를 꿈꾸고 지향하는 스탠스는 본받을 만하고 생각하거든. 

 

서포터들만으로 모든 관중석을 채울 수 없으므로, 아니 설령 그게 가능하더라도 

시민의 지지와 연대의식이 구단의 존재가치를 부여하고 발언과 운신의 보폭을 결정하는 시민구단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모든 시민이 대구FC의 지지자가 되고 나아가 서포터가 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봄.

 

https://www.youtube.com/watch?v=h20N0dHcLv4

 

https://www.youtube.com/watch?v=jGisWheAXws

 

https://www.youtube.com/watch?v=gJUPeVAUjjc

 

"그게 가능해?" 라는 질문에는 "이미 몇 번 해봤다" 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음.

아무리 본인이 서포터가 아닌 일반 지지자라고 주장하더라도 저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영락없는 서포터의 모습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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