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잘 가라! 에드가..
지난 아챔 홈경기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고 떠나게 된 에드가
어쩌면 무리하게 공중볼을 잡으려 했다가 부상을 입은 것이고,
어쩌면 끈기와 투지로 그 볼마저 따내서 득점에 기여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에드가의 모습은 성큼성큼 걷는 모양에 큰 엉덩이..
어리숙한 얼굴표정들.. 그저 보여지는 외형으로만 그저그런 느낌이 첫 인상이었다.
두 세 경기를 직관하고 괜찮은 친구구나!라고 맘이 바뀌어 버렸다.
개인적으로 실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와 성실한 선수를 고르라면 나는 이상하게도 늘 후자를 고른다.
(고향 후배격인 이동국도 그래서인지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성설했을 수 있으나 내 눈에는 아니었을테니)
그러한 탓에 에드가와 장성원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날 장성원 부친께서 나에게 왜 성원이를 좋아해주는지 물으셨을 때도 나의 대답은 서슴없이
"성실하게 열심히 하잖아요." 였다.
어쩌면 그 대답은 선수에게 칭찬이 아닐수도 있을테지만,
내 눈에 에드가와 성원은 그러했다.
어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설렁설렁 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조금만 길게 볼이 와면 쉽게 포기해버리는 듯한 모습이 여전히 대조되어 보인다..
이것마저도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 내가 줄줄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에드가가 대구FC와 함께한 시간들은 그저 대구에서 뛴 선수로써 시간만이 아닌
대구FC의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내겐 에드가가 최고의 선수로 더욱 강하게 자릴 잡았고, 매 시즌 에드가 유니폼을 마킹하나보다.
(어쩌면 내년 시즌에 에드가가 어떠한 이유로든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에드가 마킹을 할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연예인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좋아하더라도 그저 그냥 좋아할 뿐 팬질이라는 굿즈를 구입하거나 방에 사진을 붙이거나 한 적 조차 없다.
(그나마 좀 좋아했던 연예인은 김명민, 양동근 정도 인듯하다.)
그런데, 에드가의 의미는 많이 달랐다.
그가 800호 골을 넣었을 때 내가 무슨 선물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남들과 다른 선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블럭을 이용해서 짧은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3D펜으로 에드가 사우르스도 만들었었다..)
사실.. 만들면서도 이미 현타가 왔었다...
내가 이 나이에 뭐하는 거지...ㅋㅋㅋ
만든후에도 그러했고..
저 블럭을 에드가 부인을 만나 전달했을 때도 현타가 왔었다..
너무 고마워 하는 모습과 브라질에 있는 집에 에드가 박물관처럼 방하나가 있는데
그 방에 꼭 전시해두고 보겠다는 말...
이게 뭐라고.. ㅡㅡ 여튼 고맙다.
일단.. 잘 돌아가서 수술 잘 받고 회복부터 잘해라..
다시 선수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못올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팬으로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께...
드가야..
형이 태어나 첨으로 이렇게 팬질을 하게 된 처음이 너다...
내가 대팍을 블록으로 만들고 싶었던 첫 번째 이유는 내 만족이지만
두번째 이유가 너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먼 훗날(?) 은퇴하더라도 니 방 한켠에 남겨진 대팍블록에 스위치를 켜면 LED가 켜지면서
작은 스피커를 통해 박정일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서포터들의 함성소리가 나오는 거야...
공격수 9번 에드~~가!!!
에드가~ 짝짝짝~ 에드가~ 짝짝짝~
여기가 대팍이다! 위아~ 대구!!!
언제 만들수있을지 모르겠지만... 만들어서 꼭 보내줄께.. 에어캡 꽁꽁 포장해서 파손없이 보내줄께..
몸 잘 챙기고.. 잘 살아라...ㅠㅠ
오늘까지 신입사원 역량평가서 제출해야 하는데.. 오전이 다 날아갔네..ㅠ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에드가 만나러 클럽하우스 가고싶다..ㅠㅠ
한국어 말고는 거의 말할 줄 몰라서.. 너에게 못보내는 글이 되었다...
스토회원님들이 보시고.. 공감안되고 거슬리신다면 그냥 이해하고 지나가줘요~
꼰대아재가.. 갱년기가 올라는지 울컥해서 여기라도 하소연 하듯 써봅니다...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