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시민구단의 팬을 한다는 것
언젠간 이 팀이 무너질 순간이 올 것을 알면서도
이 팀을 선택했습니다
아무런 접점도 없는, 어쩌면 살면서 갈 일도 없는 도시일 것을 알면서도
이 팀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4년간 언젠간 이 팀이 무너지는 순간이 올 것을 알기에
그 순간들을 매우 소중히 여기며 매년 400KM가 떨어진 도시에 축구팀에 자부심을 갖고
축구팀에 결과에 일주일 기분이 갈리고
작년 시험기간 늦은 밤,
고작 그 축구때문에 밤을 세며 축구를 봤고
국대급 영입을 했을땐
진짜 무너질 일보단 더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를 대구팬으로 만들고, 10년후엔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와 손을 잡고 축구장에 가고,
세징야를 설명해주며, 아이가 세징야 좀 그만말하라며 행복한 꼰대가 되는 상상도 했습니다..
시즌 초 힘들어 하는 성남팬 친구를 보며
"그래도 우린 이럴 일이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위로 해줬습니다
이미 강등을 겪어본 올드팬분들도 이렇게 힘들어 하시는걸 보니
저도 마치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를 안한 학생같이 초조해졌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직 응원가를 더 부를수밖에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대구팬임에
무기력함이 느껴지는거 같습니다
종신하라며 놀리던 타팀감독의 팀은 어느덧 2위에 올랐고
우린 내일 타팀 결과에 따라 순위가 두 자릿수로 바뀔 수도 있음에
회의감도 느껴집니다
깊은 밤 그냥 순위표 하나를 보고 쓰는 글이 시즌 후엔 뻘글이였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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