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느껴보는 x같은 감정
2003년 동성로역 화재
내무반에 조교가 뛰어와서 "대구가 고향이거나 지인이 있거나 하면 나와라! 전화 시켜줄게!"
전화할 생각에 싱글벙글하면서 기간병 내무반 앞에 줄 서서 있는데
"에, 그러니까 오늘 대구 동성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현재까지 사망 백..."
그 순간 나는 주저앉았고, 그 때까지 시끌시끌하던 대기열은 갑자기 싸...해지다가
"야이 씨발러마! 전화기 전세냈나!"
"아 씨발 안 받는데 그라믄 받을 때까지 해바야지 개새끼야!"
"자자 친구한테 통화는 일단 좀 있다가 하고 가족한테 전화는 여기 서고, 애인한테 전화는 저기 선다, 실시!"
기다리는 30분이 3만년 같았다. 다시는 이런 감정 안 느낄 줄 알았는데...
이태원에 사는 내 동생이 연락이 안된다.
작지만 예쁜 꽃집 겸 꽃꽂이 클래스 겸 파티룸 대여업으로 잘 나가는 예쁜 내 동생이
어제 저녁 9시에 엄마랑 연락하고 연락이 안된다.
새벽5시에 늘 기상하면 뉴스속보부터 보는데 속보보고 깜놀해서 톡이랑 문자, 전화 다 해도 안 받더라.
놀래서 엄마 깨워서 뉴스 확인시켜드리고 씻고, 충전기랑 속옷 챙겨서 ktx동대구까지 택시타고 오는 40분이 4만년같더라.
기차타기 10분전쯤 동생이 전화 받자마자
"야이 미친년아, 전화 안받고 뭐하노!!"
"아 왜...자다 일나서 전화받는데 와 욕이고."
"뉴스 틀어봐라 이년아!"
전화를 끊고 엄마가 다시 엄마폰으로 전화하고 난 ktx 취소...87000원 들여서 끊은 티켓 8,900원 수수료 내고 취소하는 그 순간까지 머릿속으로 영화 수십편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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