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학 - 쉽게 쓰여진 전술 {부제:딸깍}
창밖에 비가 속살거려
一萬二千五百석은 남의 나라
감독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줄 전술을 짜 볼까
땀내와 노하우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전술 노트를 받아
츄-레이닝복을 입고
늙은 단장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시작 때 코치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부담(負擔)하는 것일까?
승점은 그렇게 따기 어렵다는데
전술이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一萬二千五百석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보조구장 조명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일상처럼 올 선수들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약속으로 잡는 최초의 승리.
2023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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