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네 오와쿠다니역 식당 명물카레 + 하코네 여행이야기

※ 며칠 전에 예고한 대로, 지난 연휴에 일본 도쿄 + 근교 여행 갔다온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맛따라공따라에 왠 일본 집을 해놓냐!!!"고 항의할 수도 있겠지만, 혹 또 모르잖아요. 우리 또 아챔가면. 그땐 쓸만할지도 모르니까. 여튼 시이작.

 

 

 

일단 주인공인 카레 사진부터. 

밑에 사진이 내가 직접 주문한 것이고, 사진을 잘 못찍어서 판촉용으로 찍은 것 처럼 보이는 걸 구글에서 줏어왔습니다.

 

오와쿠다니는, 일본 가나가와현 하코네 지구에 있는 화산 분화구 골짜기입니다. 화산 활동으로 생겨났고, 지금도 유황가스가 분출되는 등, 화산 활동이 진행 중인 곳입니다. (그래서 화산 활동이 활발해 유독가스 농도가 심해지면 출입이 금지됩니다)

 

여행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하코네유모토역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40분, 등산열차 종점에서 강삭철도를 타고 다시 10분, 강삭철도(일본에선 이걸 케이블카라고 부릅니다) 종점에서 다시 로프웨이(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 케이블카)를 타고 한 15분 정도 올라오면 오와쿠다니에 도착합니다.

 

(이게 로프웨이)

 

 

하코네유모토에서 쭉 올라오면, 바로 아래에서 유황가스가 솟아나오는 곳을 통과합니다. 물론 냄새도 좀 시원하게 납니다. 제가 2019년에도 하코네를 왔었는데 그때는 화산가스 농도가 너무 심각해서 오와쿠다니는 커녕 로프웨이도 못타봤습니다. 그때 한을 좀 푸는 것 같네요.

 

 

오와쿠다니에선 후지산도 잘 보입니다. 이렇게 선명하게 후지산을 바라보는 건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이래저래 눈구경하기엔 좋습니다. 

 

자 서론이 길었고, 카레 이야기입니다. 왜 여기 카레가 명물 카레가 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오와쿠다니에서 파는 음식은 어쨌든 카레와 화산 지열로 구운 달걀 뿐입니다. 

 

 

저는 돈카츠카레와 멘치카츠(2개입)카레를 각각 하나씩 시켜서 와이프랑 반반 갈라 먹었는데요. 일단 저는 매우 맛있었습니다. 아침에 에키벤을 먹어서 배가 딱히 고픈 상태는 아니었는데도, 정말 괜찮았습니다. 정성을 들인 풍미가 있습니다. 돈카츠도 제 입맛엔 괜찮았는데, 좀 더 맘에 드는 것은 멘치카츠쪽이었습니다. 확실히 소고기를 잔뜩 넣은 느낌이 난달까요. 가격이 1400~1500엔대 정도 되는데, 아깝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건 있습니다. 요즘은 프리미엄 돈카츠 매장이 서울이든 대구든 많이 생겨서 접하신 분들이 계시지만, 기본적으로 일본 돈카츠는 한국보다 좀 느끼합니다. 로스부분 끝에 비계까지 들어가서 튀기거든요. 저는 그게 좋습니다만, 느끼한 것을 싫어하시는 분은 유의하셔야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원래는 반숙계란도 토핑으로 파는데,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수요가 부족해서 당분간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로 옆건물에서 하루에 어마어마한 계란을 팔아대고 있어 잘 이해는 안가지만 어쨌든 그러합니다. 반쯤 익힌 달걀 노른자를 섞어먹으면 꽤 괜찮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이 카레가 좀 더 맘에 들었던 것은, 그렇게 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예전 한신코시엔구장 명물 카레를 먹어본 적 있는데, 정말 엄청나게 달아서(심지어 매운맛이라는데 맵지 않음!) 몇 입 먹고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일단 일본 카레 치곤 덜 달아서 괜찮았습니다. 평가 보면 일본 사람들에겐 좀 맵게 느껴진다는데, 저도 한 맵찔이 하지만, 전혀 맵지 않습니다. 맥주도 팝니다. 하코네에서 생산되는 지역 맥주도 판매하는데, 가격은 조금 됩니다(330ml에 700~800엔). 맛만 보는 정도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먹느라 사진을 못찍었는데, 이 식당에서는 아까 사진 올려드린 화산가스 분출장소를 보며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나름 장관이긴 한데, 주말이나 피크시간대엔 대기인원이 많아서 자리를 고를 수 있을 여유가 없으니 여유로우실 때 방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식당이 위치한 역 건물을 나와 '쿠로타마고'관에 들어가면 이런 검은 달걀을 4개에 500엔씩 받고 팝니다. 황화철 성분때문에 저렇게 된다는데, 까보면 안은 그냥 똑같습니다. 맛은 괜찮습니다. 4개 세트 안에 정제소금이 들어있어서 적당히 찍어먹으면 맛납니다. 일본에선 검은 계란을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해서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딱 사서 따뜻할때(구매할땐 매우 따듯합니다) 먹는 게 훨씬 좋았습니다. 

 

 

'쿠로타마고'관에서도 카레를 판매하긴 합니다. 여긴 검은 카레라고 하는데요. 이건 레토르트로 판매합니다. 일단 2봉지 사가지고 왔는데, 아직 먹어보진 못했습니다. 오와쿠다니역 식당에서 파는 것은 '명물 카레', 쿠로타마고관에서 파는 것은 '검은 카레'로 양분 되어있는 듯 합니다. 먹어봐야 알겠으나 이런 저런 평을 참고해보면 계란은 쿠로타마고관에서 파는게 낫고 카레는 명물쪽이 낫다고 하네요.

 

 

참고로 하코네는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곳입니다. 제3신도쿄시가 바로 이 곳에 위치하지요. 에반게리온 팬들이라면 이 동네 지명들이 꽤 익숙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라 절대방위선'의 그 '고라'는 등산철도와 강삭철도를 갈아타는 역 이름입니다. 여행의 시작지이자 종착지인 하코네유모토역 1층에 가면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등장한 지명과 실제 지역을 지도로 겹쳐두고 비교할 수 있는 스팟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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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 지역은 도쿄 신주쿠에서 오다큐선 특급열차 로망스카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 신주쿠~하코네유모토 왕복 열차 운임(로망스카 탑승 시 승차권 별도구매) + 하코네지역 교통편을 이틀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하코네 프리패스'는 한국 돈으로 6만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