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RITAGE DAEGU #1 고성동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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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떠난 이들이 새로운 행복을 노래해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네트워크 시대에 갈 곳을 잃은 고향이라는 단어는 어느덧 부스스한 먼지가 쌓여버렸지만 이 곳은 그저 오래된 이들의 회상을 위한 오브제가 아니라 과학으로는 산술할 수 없는 탄생의 순간 즉시 결정되는 운명의 실체다. 그렇기에 향수는 시대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주어진 기본적 탐닉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러한 본성적 향수를 기반으로 한 로컬리즘과 풋볼 클럽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저 어설픈 연고 정책으로 치부될만한 것이 아니다. 축구, 특히 클럽 축구는 스포츠를 넘어 한 지역의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한 도시의 축구단은 향수와도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서포터들이 'Support Your Local Club'을 이야기 하는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존재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거나 살아가는 도시의 이름을 가진 채 고고히 서있는 축구 클럽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보면 정해지는 운명에 가깝다. 권력과 자본의 여부에 관계없이 가족이 결정되듯, 일생동안 응원할 축구 클럽을 마주하는 것도 이와 같다. 가난하거나 하위권을 전전하며 괴로움에 빠질 수도 있지만 정과 연대감으로 뭉친 실타래 같은 사이. 그렇기에 축구 클럽을 응원하는 행위에는 희생과 헌신이 가득하다.
우린 그저 축구를 응원한다기 보단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진 것과 같다. 그렇기에 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어리석은 희생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는 숭고한 정신을 지키기 위해 길을 나서는 순례자의 고행과 같다. 남들에겐 코웃음에 불과하지만 나 자신의 생애 전반을 바칠 수 있는 올곧은 신의를 쫓아 우린 또 다시 고성동으로 향한다.
✒️ 구름 조승범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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