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야.

퇴근하고 쏘주 조금 마셨다.

어차피 참소주도 없고 와이프 이름 딴 이슬이 뿐인데

뭔가 그냥 착잡한 심경이다.

 

작년은 진짜 정신없었다.

데얀온다고 좋다고 대팍시대 나가가꼬 신나가 이말저말했는데

바로 무슨 전염병이 하필이면 대구에서 커지고

어데 뭐 부모가족 얼굴도 본지 오래대따.

작년 설날 연휴 끝날때 요양병원에 있던 할매한테

기찮다고 손만흔들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작년 1차 코로나 딱 떨어지니 할매 돌아가시서 향만 올릴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라니까 참 그라트라.

다들 기억하나

우리 동네 첨 쑥대밭되니까

"우린 대구다. 우린 극복한다"라고 걸렸던 우리팀 섭터들 현수막

외지 넘어온지 10년이 넘었는데

진짜 찡했다.

어데가가지고 대구사람이라 야그 잘 안하는데

동네방네 자랑했던거 같다.

우리가 이렇다고

우리가 이런 사람들이라고.

참 뿌듯했다. 내가 저런 사람들과 같이 필드에서 응원하고

같이 살수 있다는게.

 

개인사로 쓸데없는 야그는 미안하고

이라다보이 올해 리그 개막은 참 남다르다.

작년은 정신이 없어가꼬 뭐 하는지 마는지도 그래꼬

뭐가 있긴 있었는데 그냥 후딱 후딱 넘어갔다.

유관중한다 해도 뭐 서울에서 사는 대구팬이 내려가바야 욕만 더 묵었지.

 

올해도 사실 마찬가지긴 하다.

대구 진짜 가고 싶고 엄마 아빠 얼굴 진짜 보고 싶은데

아직 상황이 이래가 뭐라 핑계도 못댄다. 

가는게 민폐고 사람만나는게 민폐아이가.

서울에 이사오고 하필이면 우리아파트 같은 동에

대구팬 친구 있는데 웃긴게 3달동안 얼굴도 못봤다.

엘레베이터 말고 걸어가도 3분도 안걸리는데.

그만큼 다들 못보고 뭐가 안되는데

 

그래도 올해는 맘을 정리할 시간도 있고하이

좀 다르다.

축구는 또 시작하고.

근데 참 이것저것 마음이 불편타.

19년도 열정이면 ktx표딱지 끊고

박주호 욕이나 존나 하면서 대구 내려갈 생각에 신났을텐데

그냥 티비나 봐야된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올핸 풀게임이고 어쨌든 아챔도 하니까.

그래도 쓸쓸한건 어쩔수 없다.

 

토사장 마이 귀찮게 했다.

어차피 원정 못가니까 zoom으로 뭐 해보자

디스코드로 뭐 하자.

엔간히 기찮게 치댔는데 받아줘서 고맙다 토사장

(시바 가위바위보만 좀 잘해봐라)

이래저래 연구는 했고

대구 홈은 몰라도 원정땐 시끄럽게 머하는건 기획중이니까

수도권 머구빠들이나 원정 못가는 대구사람들이나 같이 놀자.

 

살면서 서울 넘어와가지고 

대구가 내 고향이다 떳떳하게 야그 잘 몬하고

그냥 잊어가며 살았는데

사람이 그 어려울때 되면 고향생각난다고

참 올해는 우승도 하고 싶다.

매북이나 시발 2산 새키들이 깝치긴 하는데

머 사람 사는일 법칙대로 안된다고

우리가 우승하지 말란 법도 없다 아이가.

내가 대구 사람이란걸 일깨워준 우리 팀이나 선수나 너님들에게도 고맙고

올해 뭐 우예될지는 모르겠다만

그냥 세징야 있을때 콱 우승이나 했으면 조켔다. 

 

선수들도 힘내고

우리도 힘내자.

내일 경기장 가는 사람들 다 파이팅 이빠이 챙기고

멀리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딱 잡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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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바람이 불어온다!
두 손 모아 돛을 높이 올려라!
영광의 바다로 우리 나가자!
거칠 것은 무엇도 없노라!
랄랄라~랄라~라라라~

랄랄라~랄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거칠 것은 무엇도 없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