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솔직히 감독님 너무 좋아합니다

일단 글에 앞서서 (작성글 목록 보면 아시겠지만) 저도 즙동님 무조건 경질해야 한다는 쪽임을 밝힙니다.

 

저 솔직하게 최원권 감독님 되게 좋아해요.

코치 시절때도 좋아했고 감독대행 맡았을 때도 걱정보다는 드디어 뭔가 위쪽 직책을 맡으시는구나 하고 믿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위태위태하다가 한번 팬들 앞에서 호소하고 기가 막히게 연승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제카나 징야 고재같은 선수들이 피땀흘려서 일궈낸 결과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 모습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예전부터 봐온 코치님이 감독대행 뜬금없이 맡아서 저렇게 극적인 잔류 시키는것도 너무 좋았고 수삼전 이기고 잔류 거의 확정일때 주저앉아서 눈물 흘리시는것도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대구에 이만큼 진심이시구나 생각했어요.

 

지금 와선 부끄럽지만 저도 그때는 최원권 감독님이 계속 감독하시길 바랐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좀 지나서 정식으로 감독 자리에 오르시더라구요. 

 

행복했어요. 2023년도 정말 문제점 많았지만 그래도 운이 따랐는지 선수들 갈린 덕인지 성적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K리그 올스타전에 최원권 감독님이 수코로 가셨는데 영상 보면서 감독님 어디 나오나 하고 찾아볼 정도였어요. 감독님 파트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던 사람이 저였습니다.

 

그냥 정감이 가고 너무 좋아하는 분이에요 최원권 감독님.

그렇지만 아닌 건 아닌 거잖아요?

 

축구 팀은 위를 봐야 합니다.

아래를 보고 전전긍긍하면서 어거지로 밧줄 붙잡기보단

위를 보고 희망차게 하나 둘 올라가야 하는 게 축구죠.

 

그런데 감독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나이 많은 선수, 믿고 있는 선수만 주구장창 갈아넣으셨죠.

인터뷰로도 잘못 없는 선수들만 비난하시고, 정작 부진한 선수들은 언급조차 안 하시는 게 다반사였어요.

 

솔직히 저 감독님 정말 오래 보고 싶어요.

코치든 뭐든 계속 대구에 남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감독님이라는 사람이 좋았던 거지

감독님의 굳은 생각과 전술, 인터뷰 등등은 전부 싫습니다.

 

본인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실 거라면 대구라는 축구 팀의 감독 자리에는 감독님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구라는 팀에 애정이 그렇게 있으시다면 나가시고 대구FC의 변화와 발전을 기도해주세요.

 

대구 축구 보는게 삶의 낙이었는데 이제는 축구 보면 짜증만 나고 화만 납니다. 선수들 힘든 거 눈에 뻔히 보이는데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모습에 울상짓는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변화가 무섭다면 감독 내려놓고 나가서 지켜봐주세요.

그게 대구라는 팀과 팬들에 대한 예의 같습니다.